美본토 사정권에 둔 北ICBM…트럼프, 고강도 제재 시사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7-07-30 11:16 수정일 2017-07-30 16:09 발행일 2017-07-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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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북한 정권의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사진은 이날 뉴욕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

북한이 28일(이하 현지시간)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이 미국의 서부해안은 물론 뉴욕과 보스턴 등 동부 주요도시까지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ICBM 도발을 지속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소극적이라며 중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중국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우리의 어리석인 지난 지도자들은 (중국이) 무역에서 한해에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도록 허락했다. 그러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중국)은 말만 할 뿐 우리를 위해 북한에 대해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는 더는 이런 상황이 지속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쉽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북핵문제를 함께 언급한 점으로 미루어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를 취하도록 압박하고, 중국에도 경제제재를 가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4일 ICBM급 ‘화성-14형’에 이어 28일 밤 또다시 ICBM급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 일본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북한의 마사일은 45분 동안 고도 3700km까지 상승했으며, 비행거리 1000km에 도달했다.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 발사인 점을 고려하면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이 미사일은 로스앤젤레스, 덴버, 시카고와 같은 미국 주요도시가 사정권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대 미 동부지역인 뉴욕과 보스턴까지도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과학자모임’(UCS)의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는 분석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의 “중요한 경제적 조력자”라며 북핵 문제에 중국과 러시아의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기존 안보리 대북제재를 이행한다는 선을 고수하면서 ‘중국 책임론’ 시각에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29일 북한의 미사일발사에 대해서는 “유엔 대북 결의 위반”이라며 비난 성명을 발표하면서도 ‘중국 책임론’에는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국의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잔여 발사대 임시 배치 결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중국은 핵 활동이 중국의 동북 지역이 오염되도록 용납할 수 없으며 한미가 중국 동북 지역의 군사 활동에 나쁜 영향을 끼치도록 놔둘 수 없는데, 이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 최종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급이 아니라며 한국과 미국 등 서방세계와는 상반된 관측 결과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벌써 두 번째 북한의 ICBM급 미사일 도발에서 북한이 기술적으로도 1차 발사 때에 비해 진전을 거둔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은 자국 본토에 대한 위협 속에 고강도 제재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북한의 불안정을 우려하는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제재에 어깃장을 놓을 명분은 더욱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