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폭염·무질서에 ‘짜증철’ 된 퇴근길 지하철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07-27 15:48 수정일 2017-07-27 15:48 발행일 2017-07-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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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출발 등에 승객들 불편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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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더워진 날씨와 일부 시민들의 일탈 행위 등으로 퇴근길 지하철이 ‘짜증철’로 변하고 있다. 사진은 출근시간대 승객들로 꽉찬 전동차 내부 모습.연합뉴스

26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 종각역에서 1호선 인천행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가기 위해 재촉한 발걸음도 소용이 없었다. 열차는 2번이나 문을 열었다 닫은 후에 겨우 출발했다. 예정된 출발 시간보다 20초 늦었다.

하루 800만명에 달하는 승객이 이용하는 서울지하철. 시민들의 발인 지하철이 30도를 넘는 폭염과 일부 시민들의 일탈 행위 등으로 ‘짜증철’이 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의 일탈 행위로 역마다 적게는 1분, 많게는 3분가량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였다.

시민의식 실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운행 지연에 대해 최모(56)씨는 “집에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한 사람 때문에 문이 계속 닫히지 않는다면 마지막에 무리하게 탄 사람이 내려야 하는 건 기본이 아닐까 한다”며 “문이 계속 열렸다 닫히는 모습을 보는 우리도 조바심이 날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퇴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비슷한 상황을 자주 목격한다는 박수진(29·여)씨는 “열차를 놓친 것도 짜증이 나는데, 민폐 행동을 볼 때마다 더 화가 난다”며 “남들 생각을 조금만 한다면 저렇게 못하지 않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냉방이 잘 되는 열차안에서도 일부 시민들의 일탈 행위가 벌어졌다. 일부 승객들의 이기적인 행태가 더해져 퇴근길임에도 불구하고 피로감을 호소하는 승객들이 있었다. 의정부역에서 시청역까지 출퇴근하는 직장인 원모(31)씨는 퇴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겪었던 불쾌한 경험을 털어놨다. 원씨는 “10분 가량 지속적으로 큰 소리로 통화를 하기에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계속해서 전화를 하는 통에 싸움이 날 뻔했다”며 “1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하니, 가뜩이나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철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일부 열차는 냉방이 잘 안돼 이용객들이 숨이 막힐 정도로 찜통에 시달리면서 불편을 호소했다. 신모(28·여)씨는 “더운 여름에는 승강장 인파를 뚫고 줄 서는 것도 힘들다”며 “앞사람 백팩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짜증이 솟구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밀집된 지하철일수록 배려를 베푸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하철은 사람들이 밀집된 공간이기 때문에 개인 공간을 타인으로부터 침해당하기 쉬워지고 그렇게 되면 불편한 피해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여름의 경우 온도가 높아 평상시보다 공격이 일어나기 쉬워지기 때문에 서로 조금 더 양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