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美 경제는 3D가 지배한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7-23 09:41 수정일 2017-07-23 14:16 발행일 2017-07-2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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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1세대 70대 진입
디플레이션(Deflation) ·부채(Debt) ·인구통계(Demographics) vs. 트럼프 '뻔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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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로젠버그, CNBC 영상캡처

트럼프 정부가 임기내 3% 성장복귀를 공언한 가운데 월가의 한 베테랑이 ‘앞으로 10년간 미국경제는 ‘3D’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라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글러스킨 쉐프의 수석경제학자 겸 그야말로 ‘족보 있는’ 비관론자 가운데 한 사람인 데이빗 로젠버그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향후 미국경제에 있어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한 때 '곰(bear, 비관론자)'에서 '황소(bull, 낙관론자)'로 변신하기도 했던 그는, 당시 월가 증권부문 1위를 구가하던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 시절부터 전형적인 비관론자였다.

그런 그를 한 때 나마 낙관론자로 변모하게 했던 것은 바로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연준의 장기 제로금리와 사실상 무제한 유동성 완화를 표방하는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 경제의 인플레이션이나 성장률은 전혀 탄력이 붙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교과서적인 '인플레 헷지(과도한 물가상승시 수혜가 될 투자 포지션)' 수단 가운데 하나인 미 국채에는 투매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당분간 인플레를 대비하는 투자는 뜬구름 잡는 무모한 것이라는 컨센서스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데이빗 로젠버그는 자신의 지난 과오(?)를 뒤로하고 ‘Lower for Longer Lingers(더 길게가려면 더 낮아져야)’ 라는 기고문을 통해 다시금 월가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그는 “베이비붐 1세대가 벌써 70대가 됐다. 이 규모는 북 아메리카 내에서만 최소 8천만명이며 향후 15년동안 매 해 150만명씩 증가할 것이다”라며 향후 미국경제는 경제활동인구에서 빠져나가는 이들의 은퇴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성장률·인플레·금리가 모두 내려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로젠버그는 이를 ‘경제의 3D 테마’라고 규정하고 ‘디플레이션(Deflation)·부채(Debt)·인구통계(Demographics)’ 세 가지가 향후 10년간 미국경제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비단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자본시장 등 지난 60년을 이들이 주도해 온 질서를 모두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반대로 만일 이들의 은퇴 후에도 그 전과 같은 성장률과 물가 그리고 인구통계가 유지되는 것은 재앙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디플레이션과 부채와 함께 미국경제의 향후 10년을 지배할 인구통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3분의 2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재 10%대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내 70세이상 인구비중이 2030년 15%까지 올라가고 현재 3천200만명 수준인 70세이상 인구는 5천만을 넘어갈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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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데일리메일 사설, SNS 캡처

결국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의 슬로건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Make American young again(미국인을 다시 젊게)’ 할 수 없다면 아무래도 불가능한 미션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다가 현재 전 세계 억만장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46~75세가 바로 베이비붐 세대인데 이들이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본인들의 자산을 계속 유지하더라도 은퇴 후 ‘구매력(buying power)’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결국 인구통계 변화가 성장률과 물가의 ‘종속변수’가 아닌 ‘상수’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