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구직포기자, 가상현실에 기대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7-19 10:58 수정일 2017-07-19 15:36 발행일 2017-07-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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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세 美 캥거루족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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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간근로시간(상단) / 실업률(하단), ‘청년층의 럭셔리 레저와 노동력 보고서’ 캡처

국가도 구제하기 힘든 구직포기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인터넷 공간의 ‘가상현실’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美 프린스턴-시카고-로체스터 대학의 연구팀들은 실업률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 자발적 비고용인력들에 대해 토론을 벌였는데 이 자리에서 나온 결론을 토대로 3개 대학이 공동보고서를 발간하자 이것이 바로 화제가 된 것이다.

‘청년층의 럭셔리 레저와 노동력(Leisure Luxuries and the Labor Suplly of Young Men)’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5년까지 21세~30세까지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연간 203시간의 근로시간 감소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를 기술발전 내지는 자동화(automation)의 결과라고 보기에는 적합치 않은 것이 같은 기간 31세~55세까지의 근로시간은 163시간 감소에 그친 것이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청년층의 자아실현 욕구가 가상현실로 상쇄돼 버린 것이었다.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고용가능 인력 가운데서 젊은 사람들일 수록 급여나 직업 만족도 등 질적인 측면에서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런 계층의 근로자들이 기댈 곳은 바로 인터넷 공간 즉 가상현실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척박한 고용 현실을 피해 주로 인터넷에서 사회적 활동을 영위하며 경제적인 문제는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21세~30세까지 남성들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46%였던 반면 2015년에는 67%로 1.5배 증가한 수준이다.

이번 보고서는 ‘헬반도’라 불리우는 한국 젊은 남성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나 남성들의 사회·경제적 부담과 가정 내 의무는 전 근대적인 시대상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청년층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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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힐튼(좌) / 킴카다시안(우), AP통신

실제로 이번 보고서를 보도한 외신기사의 댓글에는“킴 카다시안을 보면 일단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축복의 시작”이라는 언급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체리피커(cherry picker)’라는 닉네임을 가진 한 네티즌은 ‘재능도 없고 어느 날 갑자기 한 유명 연예인의 ‘친구’로 모습을 나타냈던 그녀가 대중들의 관심에만 집착한 결과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됐다‘며 대학을 가고 사업 수완을 익히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느끼게 만드는 사례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