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에서는 고등학생도 군입대 가능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7-09 09:34 수정일 2017-07-09 14:15 발행일 2017-07-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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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범죄 줄이고 빈곤층 자녀 효율적 관리 명분
교직원 연금 재정파탄 구제 위한 것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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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밀리터리 아카데미, SNS

美 시카고에서는 고등학생도 군에 입대입대할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 시카고시(市)의회는 미국식 ‘월반제도(gap-year program)’를 도입, 고3학생의 경우 군에 자원입대를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는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통적인 공업 도시이자 지난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는 美 3대 '메트로폴리탄'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시카고 선물옵션 거래소와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뉴욕 다음으로 금융생태계에 기여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제조업과 자동차 업황 부진과 함께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으며 재정자립도는 지난 해 기준 미국 150개 도시 가운데 135위로 전년 대비 4계단 하락했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시카고내 448만명 근로자들의 소득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렇게 미국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큰 도시 가운데 하나인 시카고시의회에서 이 같은 법안을 통과시킨 내막은 무엇일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역시 빈곤층이 거주하는 동네는 결손가정이거나 부모가 있더라도 생계때문에 자녀들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푸드 스탬프(food stamp)’ 제도에서 이들에 대한 기초생활은 지원하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고등학생들의 경우 진로상담이나 조언 등을 부모님 대신 전적으로 시당국에서 맡아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군대에 보낼 경우 의식주는 물론 적절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당국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킨 가장 큰 명분이다.

또한 시카고의 거주자들은 대부분이 흑인인 동시에 총기와 마약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시카고시당국은 미래가 불안해 보이는 어린 학생들에게 군에 입대할 기회를 또 다른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시카고 교직원 연금의 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르자 이를 군(軍)으로부터 지원받는 조건으로 선생님들이 고등학생들을 군에 입대시키려고 한다는 의혹의 목소리도 있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