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한미대사 뜻밖의 인물 '성은 차, 이름은 빅터'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6-25 10:06 수정일 2017-06-25 14:11 발행일 2017-06-26 17면
인쇄아이콘
北 길들이기에 中 압박이 최선, 트럼프 정부와 교감
clip20170625100411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CNN 화면 캡처

현지시간 24일, 트럼프 정부의 새 한국 메신저로 '빅터 차'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美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인 그는, 김정은 사망당시나 4자회담 구성 등 한반도 관련 굵직한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정권에 관계없이 워싱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지한파(知韓派)’로 활약해 왔다.

빅터 차(Victor Cha)는,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보로 활약했고 오바마 한국 순방 때 특사로 수행했던 ‘성 김(Sung Kim)’과 함께 해외에서 더 유명한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으나 만일 그가 주미대사에 임명된다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외교가의 관측이 있다.

이유는 그동안 ‘주한 미국대사’라는 자리는 美 대선 때 활약이 컸던 사람 가운데 동아시아 정책과 유관한 정치인 출신을 임명하는 것이 관례였다. 올 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한국을 떠난 마크 리퍼트 전 주미대사 또한 미 국방장관 비서실장 겸 오바마 캠프 동아시아 정책 공약 수립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그러나 빅터 차는 지난 미 대선당시 트럼프 캠프와 연을 맺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이 그를 새 정권 첫 주미대사 적임자로 꼽고 사상검증 등 구체적인 임명준비 절차에 돌입한 배경은 무엇일까?

빅터 차가 지난 5월 쓴 컬럼 내용을 보면, 추상적이나마 대북정책 관련 트럼프 정부와 그의 ‘접점’을 확인할 수가 있다.

당시 컬럼의 제목은 ‘중국이 북한 대신 댓가 치르게해야(Making china pay in North Korea)’로 시진핑 정부의 최근 북한 정권과의 거리두기가 정말 그들의 말대로 단순히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것인지, 아니면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기존 미국주도 질서를 흔들 ‘국면전환용’으로 북한을 이용하려는 것인지에 대해 분석했다.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국전쟁 이 후 1953년부터 지난 해까지 북한과 중국간 고위급 방문은 총 161회로 기록됐으나, 김정은 집권 후에는 연 1.8회 그리고 시진핑 정권에서는 연 1.25회로 최근 그 빈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 해 김정남 살해사건과 올 들어 주간행사가 돼 버린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이 문제를 일으킬 때 마다 중국이 매파적인 목소리를 내긴 했으나 이는 일종의 ‘쇼맨십(showmanship)’의 성격이 짙다고 역설했다.

北 도발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지나간다면 중국의 존재감이 약화될 것이고, 또 너무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힘 조절’을 한 결과라고 한다.

한 마디로 빅터 차는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관점에 있어서 이미 트럼프 정부와의 교감은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 후 “북한 교역의 85%가 중국 비중인데 미국이 먼저 북한과의 외교정상화에 나서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시진핑 정부의 북-미 화해시도에 응하는 것이 전적으로 중국의 책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그의 이 같은 주장이 지난 미중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비공식입장으로 채택 후 중국 측에 전달되었으며 이어서 만일 빅터 차가 백악관의 새 메신저 역할로 주한 미대사에 임명된다면, 대북해법을 놓고 중국과의 대립은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