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본궤도’ 오른 美 금리인상…빨라지는 한은의 ‘금리인상 시계’

김진호 기자
입력일 2017-06-15 08:49 수정일 2017-06-15 18:13 발행일 2017-06-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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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그래프 (자료제공=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국은행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과 미 연준이 자산축소 공론화를 꺼낸 것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조기에 뽑아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결정으로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1.00~1.25%로 한은 기준금리와 같아졌다. 여기에 연준이 단계적 금리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올 하반기 한 차례 더 인상할 경우 10년 만에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되는 초유의 상황이 예고된다.

미국은 작년 12월과 올해 3월에 금리를 각각 연 0.25%포인트씩 올렸다. 또 앞으로 올해 1회를 포함 2019년까지 연 3회씩 모두 7회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발 금리 인상 압박과 국내 경제 성장률 호조 등에 힘입어 당초 내년 상반기로 관측되던 한은의 금리 인상 시기가 연내로 앞당겨질지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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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인상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금리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67주년 기념사에서 “앞으로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새 정부 추경 등을 고려해 일부 분위기 전환이 있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이번 미국 금리인상 본격화 조짐에 그간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유지해온 한은의 ‘딜레마’는 결국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부진하던 경기가 수출을 중심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점과 국내 물가 상승 등도 금리인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미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을 한 차례 더 예고한 점은 하반기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인한 대규모 외국인 자금 유출마저 우려하게 만든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부 특임교수는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까지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간다고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 외국인 투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일단 한은이 당장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 호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내수 소비가 여전히 부진해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인상을 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노무라 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의 경제 회복세는 부동산 시장과 반도체, 석유화학 등 일부 수출업종에 국한돼 내수 소비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따라서 2018년 하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고 미국 기준금리도 1.75∼2%에 이를 무렵 한국은행도 1.5%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연준이 더 빠른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경우 등을 한은이 2018년 하반기 이전에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단서라고 덧붙였다.

JP모건은 ‘한은이 올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성장률 상승 등으로 통화정책 정상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 1분기 중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남대문로 본관에서 국제금융을 담당하는 김민호 부총재보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진행 중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외여건 변화와 영향 등 국제금융시장 반응을 체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호 기자 elm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