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서구화, 식량의 사막화 앞당기나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6-11 07:39 수정일 2017-06-11 14:30 발행일 2017-06-12 17면
인쇄아이콘
식량주권 해외분산, 이 후 대책없어 식량위기 맞을 수도
clip20170611073314
중국 전통시장, AFP통신

중국의 산업화와 더불어 식생활이 서구화 되면서 식량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곡물을 선호하던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과거 ‘특식’으로 먹던 요리들과 서양 음식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난 것이다.

지난 달 22일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14억 인구가 상주하는 중국에서 최근 20년 단백질 섭취 비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쌀이나 밀 등의 곡류 식자재 수요는 줄고 반대로 육류나 우유 등 유제품 그리고 외국산 야채의 소비량은 늘었다고 한다.

clip20170611073527
국가별 단백질 섭취량 / 연두색 세계 평균, 블룸버그 인터넷판 캡처

따라서 중국의 농촌에서는 이제 경작보다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또 사료가 부족해 이를 다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곡물은 남아돌고 고기는 모자라 축산을 선택했는데 이제는 축산에 필요한 곡물이 다시 모자라는 상황이다.

세계식량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서양의 경우 사람 1명에게 제공되는 식량을 수확하기 위해 평균 1에이커(1224평)가 필요한데 중국의 경우 5분의 1 수준인 0.2에이커 밖에 할당이 안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전 세계 돼지고기 생산량 50% 가량을 소비하고 있어 이 같은 식량 공급 불균형은 더 심화될 여지가 있다.

어스 인스티튜트(Earth Institute)의 창립자 레스터 브라운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산업화에 따라 농경지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서구화에 쏠려있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이 다시 전통적인 쪽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이제는 힘들 것 같다”며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미 농림부(USDA) 리서치에 따르면 소고기 1파운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곡물 7파운드가 필요한데 중국은 점차 가축도, 이들의 사료도 모두 부족하기만 한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달라진 자국민들의 입맛에 맞출 서구식 식자재를 조달하기 위해 남아메리카와 호주 그리고 아프리카 등지의 농장을 임대해 여기서 생산된 육류나 낙농제품 그리고 외국산 야채들을 재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밖의 상황도 계속 풍족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세계 인구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글로벌 인구는 약 20억명 더 늘어날 것이고 대부분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 중국이 식량을 조달하는 지역에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재 중국의 상황은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서구화된 식습관을 받아들이게 됐고 또 이를 충당하기 위해 자국의 식량 생산 구조 변경을 어쩔 수 없이 용인했다.

그 결과 중국은 식량주권을 해외로 분산시키게 됐고, 이 역시도 멀지 않은 미래에 다시 반환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다시 자국내에서 이 같은 식량 부족을 해결할 기반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