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방길 ‘트럼프’, 사우디서 거래외교 본격 시동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17-05-21 11:38 수정일 2017-05-21 15:41 발행일 2017-05-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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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UDI ARABIA USA DIPLOMACY
첫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첫 기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악수를 하고 있다. (EPA=연합)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와 내통의혹에 관한 특검 수사가 시작돼 취임 후 최대 위기 상황 속에 첫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첫 기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군기의 축하 비행과 레드 카펫 등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압둘아지즈 국왕 훈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살만 국왕과 회담을 갖고 1100억 달러(약 124조원) 규모의 무기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무기거래 계약을 체결 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엄청난 날(tremendous day)이었고 엄청난 투자(tremendous investments)”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수천억 달러가 투자된다. 고용, 고용, 고용(jobs, jobs, jobs)”이라며 성과를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순방길에 동행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이번 방위사업 계약은 사우디가 테러리즘과 이란의 테러리즘 개입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사우디의 영공 방위 능력을 개선하고 특정 작전에서 미군과의 협업 체계를 향상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으며, 특히 껄끄러운 이란의 군사력을 우방인 사우디가 견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미국 내 투자와 산업 생산을 활성화하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지키고 있다는 선전 효과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11개 미국 회사와 총 500억 달러 규모의 사업 협력에 합의했다. 이외에도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과 400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인프라 펀드 조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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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순방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첫 기착지인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악수를 하고 있다.(EPA=연합)

틸러슨 국무장관은 무기 계약을 포함해 최대 3500억 달러(약 393조원)에 달할 수 있는 사우디와의 투자계약이 이번 사우디 방문의 주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거래 외교’를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첫 순방지로 이웃 국가인 캐나다나 멕시코를 선택했던 관례를 깨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를 선택한 배경에는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의 논쟁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사우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대한 환영’(royal welcome)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과의 화해를 추구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동을 보는 관점을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을, 이란과 적대적 경쟁관계인 사우디가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더타임스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로 투자가 이뤄지면 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에 집중 투자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최대한 많이 내놓아 위기 국면 전환을 꾀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