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조니피케에션(Amazonification), 한미 '동병상련' 되나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5-14 10:03 수정일 2017-05-14 14:03 발행일 2017-05-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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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없는 성장 '쿠팡맨의 눈물'이 나비효과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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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세일’에도 텅 빈 메이시즈 백화점, AP통신

현지시간 12일 발표된 미국의 4월분 소매판매는 예상치를 넘어 ‘지표호조’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몇 몇 전문가들은 일종의 ‘착시효과’를 지적하고 나섰다.

年 4.5% 늘어난 4월 소매판매 실적 가운데 온라인(Non-store retailers, 무점포 유통) 증가율이 무려 11.9%에 달했던 반면, 지난 1분기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JP페니, 메이시즈, 노드스트롬 등 美 대형백화점의 실상을 반영하는 종합 잡화점 매출은 3.7% 감소했다.

한마디로 이는 미국의 최근 소비증가가, GDP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업종 고용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동안 한국에서 유행했던 ‘증세 없는 복지’라는 말처럼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역시 아이러니 한 표현이 미국경제를 수식하는 말로 등장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일컫는 말로 마침내 ‘아마조니피케이션(Amazonification)’ 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는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사이트 ‘아마존닷컴’과 ‘~화’의 뜻을 가진 어미가 결합된 것으로 우리말로 직역하면 ‘아마존화’로 표현된다.

아마존닷컴은 1994년 설립되었으나 느린 인터넷과 아날로그적인 미국의 운송시스템으로 인해 초기에는 큰 빛을 보지 못하였다. 하지만 ‘손 안의 인터넷 혁명’이라고 하는 스마트폰 대중화를 기점으로 급속 성장해 시총 4590억달러(약 518조원)의 ‘유통 공룡’으로 진화했다.

그만큼 지금 미국은 온라인,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영향력이 소비유통업계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대문 앞에 배달 온 생수꾸러미가 쌓여있는 장면이 어느 동네에서도 낯설지 않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해 1분기 한국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8조1911억원으로 年 19.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0조 6626억원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5.02% 급등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최근 급성장한 여행 및 호텔 예약은 물론 식음료처럼 온라인 불모지에서 모바일을 밑거름 삼아 마침내 꽃을 피운 업종도 있었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대형마트의 ‘통큰OO’, ‘착한OO’ 시리즈와 싸워야 하는 것도 이제는 옛날 일이다.

'아마조니피케이션' 세상의 자영업자들은 창업과 동시에 홍보를 위해 모바일 배달 어플의 파격 할인 행사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하고 해당 어플의 구매자 평가 혹은 후기에서 좋은 점수를 얻고 재구매를 창출키 위해 아무리 적은 단가의 배달도 마다할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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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닷컴 무인배달 시스템

이 같은 아마조니피케이션은 현재 수혜를 받고 있는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변수 가운데 하나다. 사실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대중화에는 로지스틱스(Logistics, 택배물류)와의 긴밀한 연계와 디지털화가 큰 몫을 담당했다.

그러나 아마존닷컴은 올 해 무인 택배시스템을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혀 이제 유통업계는 ‘상점 없는 판매’에서 ‘사람 없는 배달’까지 그야말로 토탈 무인 서비스를 상용화 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쿠팡의 배송을 맡고 있는 ‘쿠팡맨’ 들이 파업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야말로 ‘박리다매’의 구조를 가진 인터넷 쇼핑 기업이 결국 영업이익 향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비용절감 대상이 바로 인건비라고 한다.

따라서 이 ‘아마조니피케이션’에 잠재된 에너지는 처음부터 (일자리)생산 혹은 (고용)창출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는 경고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