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들 '트럼프 = 위험요소' 언급 횟수, 오바마의 3배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5-11 12:28 수정일 2017-05-11 15:55 발행일 2017-05-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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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곧 기회' 트럼프 증시성적은 오바마에 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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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좌) / 오바마 前 대통령(우), AP통신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들의 재무보고서상 ‘위험요소(Risk Factor)’로 등장한 건수가 오바마의 3배에 달한다는 통계가 공개됐다.

美 기업들이 발간하는 자료들을 빅데이터화 하고 분석하는 '센티오(Sentieo)'는 트럼프 취임 후 100일간 美 상장기업들이 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하는 양식인 ‘10-K’와 ‘10-Q’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여기서 ‘Trump(트럼프)’라는 단어가 ‘위험요소’로 언급됐던 횟수가 직전 대통령 오바마의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배 가량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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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 그래프 트럼프 / 파란 바 그래프 오바마,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 캡처

업종별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오바마 케어’를 사실상 폐기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의료·건강보험 관련 업종에서 트럼프를 위험요소로 적시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나스닥 상장사 프로타고니스트 테라퓨틱스(Protagonist Therapeutics)사는 실적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약값 인하 압박이 단백질 펩타이드 시반의 신약을 개발하는 자사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던 것이 공개됐다.

또한 에이즈를 비롯 감염병 치료제를 만드는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는 10-K 양식에 공공 비중이 큰 HIV 치료제 납품단가에 트럼프의 건보개혁안이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명기했다.

다음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마자 시동이 걸렸던 ‘트럼프 랠리’의 주인공 금융업종이 뒤를 이었다.

3월 당시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상을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월가에서는 이들의 통화정책과 트럼프의 재정정책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을지 불안해 했고, 당시 달러가치와 미국채금리는 갑작스런 되돌림이 나오면서 동반 급락했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취임 40일 전후로 기업들이 트럼프를 위험요인으로 적시한 빈도가 급증한 금융업종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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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당선 후 S&P500 지수 동향(빨간선 트럼프 / 파란선 오바마), 제로헷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증시 성적은 같은 기간 오바마를 압도했다. 투자자들이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잘 활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월가의 오래된 수사(修辭)에서는 주식을 ‘걱정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르는 덩굴’로 표현한다.

이처럼 취임 100일간 새 대통령 트럼프를 ‘위험요소’로 간주한 비율은 3배나 높았지만 투자자들은 그만큼 이를 수익으로 활용할 기회로 간주했고 결국 소기의 성과는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