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제개혁안 공개 후 애플 하락, 이유는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4-27 11:11 수정일 2017-04-29 15:48 발행일 2017-04-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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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 세제개편안 기자회견, CNBC 캡처

현지시간 26일 트럼프 정부는 일명 ‘역사상 최대 세금감면혜택’ 이라는 세제개편안 초안을 공개했다.

美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세제개편은 성장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며 주요 골자는 법인세를 35%에서 15%로 인하하고 소득세는 10%·25%·35% 세 구간으로 나누어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소득세의 경우 부과세율을 기존에 비해 각 5%p씩 낮추기로 해 사실상 모든 납세자에게 5%p씩 감세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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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세제개편안 초안, SNS 캡처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한마디로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였다.

지난 월요일장, 트럼프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이틀 뒤에 공개될 예정이라는 뉴스에 투자자들이 대형주들에 몰려 다우지수는 단숨에 300p 오른 21000p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날 세제개편안 공개 후 뉴욕증시에서는 “그동안 설왕설래하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트럼프 자신의 회사에 필요한 세제혜택이다” 같은 반응이 주류를 이뤘고 미 증시 3대지수는 세제개편안 공개 전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며 일제히 하락마감했다.

또한 월가는 지난 ‘트럼프 케어’ 의회 상정 실패 후 워싱턴의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 측은 이번 세제개편안이 향후 10년간 7조달러의 재정적자를 늘릴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었고 의회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간은 지난 ‘트럼프 케어’ 처럼 이번 세제개편안도 의회 표결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당초 기대가 컸던 세제개편안에 어김없이 실망도 컸던 이유 가운데 또 다른 하나는 바로 美 기업들의 해외매출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기업들의 보유한 해외 현금보유액은 1조2천억달러(약 1357조8천억원)로 추산되며 현행 법상 이를 미국으로 ‘역송금(repatriation)’할 경우 35%의 세금이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캠페인 당시 이 세율을 10%로 인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고 최근 하원 공화당원들은 美 기업들이 해외 유보금을 본사로 반환할 경우 이익잉여금에 8.75%, 매출액에 3.5%로 각각 세율을 파격인하해 주는 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세제개혁안에는 이 내용이 빠져있었다.

월가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한 시장의 가장 솔직한 반응이 바로 애플의 주가가 0.6% 하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기업가운데 해외매출분으로부터 얻어진 현금보유액이 가장 큰 기업 5개사 가운데 하나로 나머지 4개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지주사명 ‘알파벳’), 시스코 그리고 오라클이다.

투자지침서이자 베스트셀러 ‘더 베어 트랩스 리포트(The Bear Traps Report)’의 저자 로렌스 맥도날드는 “애초부터 시장의 기대가 너무 크고 깊었다”며 오늘 공개된 세제개편안이 양과 질 둘 다 시장을 만족시키기에는 어차피 역부족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역송금세(The repatriation tax)’ 개편은 결국 이뤄질 것이고 대신 민주당을 의식해서 모든 카드를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며 기대감은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