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들, 경제지표 앞 '진실게임'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3-29 09:48 수정일 2017-03-29 14:32 발행일 2017-0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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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우리는 보고싶은 것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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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사스시티의 포에버21 매장에서 쇼핑중인 방문객, AP통신

현지시간 28일, 컨퍼런스보드가 공개한 미국의 3월 소비자 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가 1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나스닥 지수는 급등했다. 소비심리 강화는 곧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같은 기호성 소비재들의 매출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덕분이었다.

컨퍼런스보드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냈다. ‘3월 소비자들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지수가 2000년 12월 이 후 최고치인 128.6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기업경기와 노동시장의 상당한 개선추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미국의 소비자들은 고용과 소득에 대한 단기 전망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낙관적이었다.’

마침 이 소비자 신뢰지수의 전고점이 ‘닷컴 버블’이 한창이었던 2000년도라는 사실은 지난 트럼프랠리에서 소외됐던 사람들을 채근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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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 빨강:나스닥, 제로헷지

하지만 글로벌 여론조사 업체 갤럽에서 공개한 소비심리지표 결과는 이와 정 반대였다.

컨퍼런스보드의 3000명보다 많은 35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셋째주(20~26일) 여론조사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자신감이 지난 11월 대선 이 후 최저치로 추락한 것이다.

경제학에서 실제 투입(Input) 대비 생산량(Output)과 같은 양적 조사방법을 따르는 지표는 하드데이터, 구매관리자지수(PMI)나 소비심리지표처럼 질적 조사방법에 입각한 지표는 소프트데이터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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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주간 소비자 신뢰지수

같은 ‘소프트데이터’에 속하는 두 지표 사이에 이처럼 큰 괴리(Divergence)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갤럽의 조사기간에 뉴스 창을 도배했던 ‘오바마케어 개정 의회 표결 난항’ 혹은 ‘트럼프케어, 공화당과의 갈등으로 무산위기’ 같은 소식들이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것이다.

게다가 갤럽의 설문조사에는 장년층과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갤럽에서 조사하는 ‘주간 소비자 신뢰지수’는 트럼프 당선 직 후 ‘수직상승’ 하며 상승폭 면에서 다른 소비지표들을 압도했다. 결국 산이 높았던 만큼 골도 깊을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4개월여에 걸친 ‘트럼프 허니문’을 끝내고 싶지 않은 월가에서는 워싱턴 리스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지표에만 애써 관심을 주었던 것이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