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의 영업정지에 따른 건설사 회계법인 교체

이기영 기자
입력일 2017-03-27 08:31 수정일 2017-03-27 13:57 발행일 2017-03-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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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건설사 중 안진과 거래하는 8개사가 교체 관심
수주산업의 회계 투명성 정착 기대
금융위원회-연합-편집
안진회계법인은 다음달 5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영업정지 1년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금융위원회 표지석. 사진=연합.

딜로이트안진의 영업정지 결정에 따라 안진과 거래하고 있는 건설사들 역시 회계법인 교체여부를 두고 혼란을 겪게 되었다. 다음달 5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안진은 내년 4월 4일까지 1년 간 기업의 회계감사 업무를 맡을 수 없게 된다

안진회계법인이 거래하고 있는 기업 1400개 중 5월까지 계약을 갱신해야하는 기업이 1,100여개 이다. 이들 기업 중 건설사는 30대 건설사 기준으로 8개가 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e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두산중공업, 한진중공업, 태영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이다. 안진이 수주산업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회계 문제로 제재를 받는 만큼 같은 수주산업인 건설회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업계의 시각 역시 남아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건설회사들의 회계기준이 오래 전부터 상당히 투명하게 변했으며,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미청구공사와 초과청구 공사 그리고 해외 미수금 처리 부분에 있어서 사전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해외 중심의 프로젝트별 미청구공사 내역과 원가 내역 등에 대한 회계 분석자료 제출을 요청받았다. 이 결과는 5월경에나 나올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6년 전인 2011년 현대자동차 그룹이 인수하면서 회계 관련 기준을 제조업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어서, 수주산업 방식의 회계처리방식보다 훨씬 투명하고 디테일하게 처리하고 있어서 부실정리 등을 모아서 할 필요가 전혀 없도록 되어있다”고 말한다.

“현대건설은 연결재무제표상 관계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회계감사법인이 삼일회계법인이라서 자연스럽게 삼일로 회계법인이 교체되는 게 아니냐”고 업계는 예상한다. 대림산업에 대해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석유화학 부문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경영을 하고 있어서 회계 처리상의 리스크가 적다”는 의견이다. 포스코건설은 상장기업이 아닌 관계로 이번 재계약 금지 기업 대상에서 빠지지만, 2016년 실적에서 빅배스에 해당하는 대규모 손실을 보아, 회계법인 재계약을 앞두고 교체여부가 주목된다. 

두산중공업과 한진중공업 역시 수년 째 대규모 순손실을 보이고 있어서 안진 입장에서는 회계 처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실적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았던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 매각을 위한 클린컴퍼니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안진의 영업정지는 사실적으로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희생이 있는 만큼 얻는 것도 있어야 할 것이다. 유력 회계법인의 고위 임원은 “많은 기업들이 회계법인 교체로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수주산업의 회계 처리방식 선진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말한다.

이기영 기자 rekiyoung92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