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 한국 상륙하나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3-21 13:01 수정일 2017-03-21 14:32 발행일 2017-03-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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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롯데월드타워 완공 맞춰 사드포비아, 검찰수사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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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 AP통신

성공의 징표로 여겨지는 초고층빌딩이 침체를 불러온다는 ‘마천루의 저주(The skyscraper curse)’가 롯데는 물론 한국경제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일 직원들과 가족들에 공개하는 첫 날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개장이 2주가량 연기된 롯데월드타워가 마천루의 저주를 떠올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하늘을 관통하는 건축물’이라는 뜻에서 마천루(摩天樓)로 불리우는 초고층빌딩은 보통 기업이나 국가 경기의 상승 싸이클 중반부쯤 준공에 들어가 결국 내리막길에 접어든 후 완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창 사세 혹은 국가재정이 확장국면에 있을 때 마천루 대신 '리스크 관리'를 떠올리는 것이 맞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마천루의 저주는 기업에 국한된 가설은 아니나 우리에게는 IMF를 기점으로 익숙한 표현이 되었다. 85년 당시 '동양 최고높이 빌딩'으로 기록을 세웠던 63빌딩은 소유주 대한생명이 88년부터 재정악화를 겪다 결국 99년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되고 말았다.

근대 경제학에 명시된 최초의 마천루 저주 케이스는 1931년 미국 뉴욕 맨하탄 중심부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진 직 후 대공황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 이 후 블랙먼데이 등 살인적인 불경기가 닥친 것이다.

이어 199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타워가 시어즈타워의 세계 최고층기록을 경신하자 아시아 외환위기와 함께 한국에는 IMF가 찾아왔다.

가장 최근 대표적인 마천루의 저주로는 2010년 1월 완공된 세계 최고층빌딩 버즈 알 아랍(818m)의 경우를 들 수 있다.

2004년 착공에 들어갈 당시 주변 중동 국가들의 오일머니와 월가 금융사들의 투자가 몰려 두바이 금융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08년 서브프라인 모기지 사태로 금융위기가 찾아온 후 투자금이 대량이탈한 두바이 경제는 급속냉각되면서 결국 두바이는 ‘마천루의 저주’와 함께 경제위기에 휩쌓였다.

이번 한국판 마천루의 저주는 반드시 개별기업 롯데에 국한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콘트롤 리스크의 중국 담당 연구원 앤드류 길로엄은 현재 롯데가 처한 상황이 그야말로 ‘데칼코마니’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현재 총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롯데와 대통령이 탄핵당한 한국, 그리고 사드 보복으로 주요사업이 기로에 놓은 롯데와 성장전망이 날로 하향되고 있는 한국”이 묘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 서베이에 따르면 수출비중이 높은 조선과 해운업이 혼수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올 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2012년 이 후 가장 부진한 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경제학자 에밀리 댑스는 “한국경제는 내수·수출 모두 절대적인 난관에 봉착했다”면서 향후 몇 년간 저성장 국면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韓 기업들의 입장에서 중국의 사드보복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법이 없는 만큼 한국의 단기 성장저하는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