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트럼프 '조건만남' 언제까지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3-21 10:09 수정일 2017-03-21 14:33 발행일 2017-03-2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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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법인세 인하 전에는 자사주 매입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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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로고, AP통신

트럼프 정부의 요직을 가장 많이 배출해 ‘회전문 인사’의 명성을 재확인한 골드만삭스가 트럼프의 세제개편 발표가 지연되자 예정했던 자사주 매입계획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 해 美 기업 자사주 매입 수요가 약 1조달러(약 1116조원)규모에 이를 것으로 파악했고 이에 골드만삭스도 약 1천억달러(약 111조6천억원)를 자사주 매입에 쓰기로 계획했지만 기업들의 해외 수익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 등을 포함한 트럼프 정부의 법인세 인하 발표가 늦어지자 함께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다.

따라서 최근 미 증시가 기간조정(하락폭은 크지 않지만 매수주체의 부재로 주가가 횡보하는 것)에 진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의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오바마 케어 개정을 비롯해 이미 불씨를 당긴 반이민정책과 보호주의 등 임기 첫 해부터 너무 많은 현안을 끄집어낸 트럼프 정부가 월가의 신규자금 유입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세제개편안이 최장 올 연말이나 내년까지 시간을 끌 경우 뉴욕증시 추가상승의 기폭제가 될 美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자사와 마찬가지로 ‘일시정지’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수석투자전략가 데이빗 코스틴은 “세제개편 발표가 늦어진다고 해도 트럼프 정부 1년차 자사주 매입은 지난 해 오바마 정권 말기보다 20%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현재 주가수준에서 사모펀드, 연기금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은 팔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올 해 주포역할을 할 자사주 매입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이는 워싱턴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여기다가 금리인상기에 자사주 매입은 리스크에 해당되는데 정부가 법인세 개혁마저 미룬다면 월가에서는 결국 ‘상황에 맞는 대응’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