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재무장관회담, 美 트럼프 색깔로 물들어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3-19 10:10 수정일 2017-03-19 14:52 발행일 2017-03-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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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 "자유무역 지지하나 일부 협정은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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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재무장관회담(독일 바덴바덴), G20 웹사이트

주말 독일 바덴바덴에서 개최된 G20 재무장관회담은 트럼프 눈치보기 속 시간낭비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G20 재무장관들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국가간 교역의 장벽을 최대한 허물자는 입장을 고수해 온 터라 지난 트럼프 당선 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견제구가 출현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모호한 입장표명과 함께 막을 내린 것이다.

이번 회담 후 발표된 꼬뮈니케(협정문)에는 바로 직전인 2016년 7월 중국에서 강조된 “그 어떤 형태의 보호주의(Protectionism)도 배격한다”는 문구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우리는 환율정책에 있어 경쟁적인 자국통화가치 인하는 삼가한다는 것을 재강조한다”며 트럼프 정부에 친화적인 내용은 유지됐으며 “각 국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강화하는데 협력한다”는 강도가 약화된 표현이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아시아 외환위기 직 후인 1999년 9월, 워싱턴에 G7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그리고 미국 재무장관이 모여 각자 주변국들을 초대해 확대 간담회의를 갖자는 취지를 밝히며 토대가 마련된 G20 재무장관회담은 1999년 12월 독일의 베를린에서 첫 회의를 시작으로 매년 열리고 있으며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2008년 11월 G20 정상회담을 출범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 재무장관회담은 별도로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으며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각국 통화정책 공조 등을 통해 비교적 효율적인 위기대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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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재무장관회담 독일 바덴바덴 로고, G20 웹사이트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들은 글로벌 GDP의 90%, 글로벌 교역량의 80%, 전 세계 인구의 3분의2 그리고 전 세계 화석연료 84% 수요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각 국가간 교역에 대한 갈등이나 환율조작 등 첨예한 사안이 있을 때도 원활한 문제해결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모인 재무장관들은 스티브 므누신 美 신임 재무장관의 미국 위주 입장표명에 귀를 기울이는데 그쳤고 지난 2008년 창설이래 환경문제의 일환으로 강조돼 왔던 기후변화 해결 노력 역시 이번 협정문서에서 배제되자 이 역시 트럼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번 바덴바덴 회담에 처음으로 한 팀을 이루어 참석한 옐런의장과 므누신 장관의 동행도 많은 참석자들의 관심거리였다.

취재진들의 눈에 비친 두 사람은 ‘비즈니스 매너’ 그 자체였으며 대외적인 발언이나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주로 므누신 재무장관이 담당했다고 전해졌다. 그는 “자유무역을 신망하는 입장이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교역상대국이라는 것도 인정하지만 몇 몇 기존 협정에 대해 재검토를 원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는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와 FTA(자유무역협정)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으며 당초 독일은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美 주도 보호주의에 반대입장을 내놓을 계획이었으나 갈등조장을 원치 않는다며 결국 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