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환보유고 증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독'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3-13 10:35 수정일 2017-03-13 15:18 발행일 2017-03-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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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기간 중국인 부동산 거래 78%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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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부동산 중국점령, EWPA 자료

지난 주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8개월만에 첫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한 달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3조달러선을 회복했다.

2월 중국의 자본수지는 69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1월 120억달러 적자 그리고 지난 2016년 220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 됐던 정황과는 반전이 나타났다. 뿐만아니라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이 같은 결과는 中 당국의 자본유출 통제가 마침내 금융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지만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이를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의 1인당 외화송금 한도는 5만달러로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캐나다나 미국 서부지역에 주택을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가족이나 친지 혹은 브로커가 알선한 제3자의 한도를 대신 활용하는 방법이 일반화 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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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해외투자자 비중, NAR-WSJ 제공

이는 소극적 자금세탁 방법가운데 하나인 ‘스머핑(smurfing)’이라 불리며 이 같은 자금수요는 해외부동산 시장에서 꾸준히 구매력을 확대해 왔다. 그러다 마침내 2015년,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바로 국경이 인접한 캐나다를 제치고 중국이 49%로 외국인 투자비중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올 초부터 中 국가외환관리국은 5만달러 송금한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시중은행으로 하여금 20만위안(약 2만9천달러) 이상의 외환거래에 대해서는 보고 의무를 부여해 사실상 이 같은 스머핑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사실 중국의 해외부동산 쇼핑은 개인 뿐 아니라 법인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다. 개인들은 주로 주택이나 유학생 자녀가 머무를 콘도미니엄(다가구 주택) 등에 국한됐지만 법인은 주로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

지난 해 中 보험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는 40억달러(약 4조6천억원)를 넘어 1년만에 2배로 급증했다. 이들은 주로 뉴욕, 보스톤, 시카고 등 미국 주요도시 중심부의 주상복합건물에 투자를 확대해 왔다.

美 부동산 투자회사 질로우의 수석경제학자 아론 테레자는 “최근 5년간 글로벌 부동산 시장, 특히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중국인들이 주요고객이었다”며 이들은 자녀들의 거주목적과 재테크 그리고 투자자산의 분산 차원에서 해외부동산을 선호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외환보유고 ‘V자’ 반등 소식에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서 갑자기 ‘왕서방’이라는 우량고객이 빠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가운데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였던 캐나다 밴쿠버의 경우 지난 해만해도 일년 중 가장 매기가 활발했던 중국 춘절기간 부동산 거래가 올 해 78%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켈러 윌리엄즈의 중국인 전담 브로커 코코 탠은 “모든 것이 완전히 변해버렸다”며 최근 얼어붙은 거래를 실감한다고 인터뷰에 답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