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사설 통해 '韓 기대와 우려' 동시 표명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3-12 09:54 수정일 2017-03-12 15:24 발행일 2017-03-1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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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지 주말판 사설 캡처

외신들은 주말판 사설을 통해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사태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명했다. 

먼저 영국의 가디언지는 “마땅히 할 일을 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사람들은 권력형 비리나 재벌들의 월권에 비교적 익숙하나 박대통령의 무능과 독선이 결국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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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지 주말판 컬럼 캡처
필자는 특히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헬조선(Hell Joseon)’이라는 표현을 듣고는 한국의 승자독식과 불평등 그리고 과잉경쟁이 얼마나 심각한지 비로소 알게됐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재벌들이 나서서 지난 박정희 대통령 독재시대의 잔재인 권력집중을 지원하고 이를 악용하려고 했지만 결국 중간에 국민이 나서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을 ‘첫 걸음(First step)’을 뗐다고 표현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재벌도 개혁의 대상에서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코리아 엑스포제’의 편집장 구세웅 박사의 컬럼을 “한국, 안도의 한 숨을 내쉬다”라는 제목과 함께 사설에 올렸다.

여기서 지난 박근혜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세월호, 역사교과서, 그리고 사드배치 문제까지 주요사안에 대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아닌 이데올로기 혹은 늘 정론을 외면한 측근들의 훈수에만 의존해 왔다며 이번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탄핵 이 후 한반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그동안 박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미친 ‘데미지(damage)’를 복구해 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세웅 박사의 컬럼은 “박근혜가 더 이상 그들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국민들은 당분간 안심할 수 있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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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 주말판 사설 캡처

워싱턴포스트지는 박 대통령 탄핵이 대북리스크를 자극할 수 있다는 퓰리쳐상 2회 수상자겸 군사전문가 조비 워릭의 기고문을 통해 북한은 항상 외부에 정치적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군사적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강조했던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근 북한의 무기개발 단계와 핵실험이 그 어느 때 보다 미국 본토를 선제타격할 수 있는 완성단계에 근접해 있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한국석좌 빅터 차는 이제 북한 김정은은 관심과 억지 협상을 구걸하는 외톨이 독재자의 신세가 더 이상 아니라면서 “이제는 北 군사력이 반신반의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연세대 국제관계학 교수 존 델러리는 “탄핵 이후 정국은 불확실성이 걷혀 오히려 청명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내비쳤다. 그는 탄핵 이 후 대북리스크, 사드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그리고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변경 등 대외리스크가 본격화 될 것으로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자신의 판단으로는 ‘진짜’는 다행히 잘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만일 탄핵이 기각됐다면 앞서 말한 대외리스크들은 더욱 증폭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일본 산케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제 탄핵이 결정된 만큼 정부도 “국민도 국가의 재건에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라며 이미 한동안 권력 진공(공백)상태가 주변국에도 부담을 줬는데 이제 다시 이를 만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문은 마지막에 일본 외무성 기시다 후미오의 “신정권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언급을 덧붙였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