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912조원 거둬갈 Fed 3월 금리인상, 한국경제 대비됐나?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3-02 10:44 수정일 2017-03-02 15:10 발행일 2017-03-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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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사상최고, 유동성 대신 평가절상 택한 월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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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SE(뉴욕증권거래소).(AP=연합)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70%를 넘어섰지만 뉴욕증시는 하루만에 다시 사상최고 행진에 복귀했다.

14~15일 양일간에 걸쳐 열리는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된다면 당장 금융시장 내 자본조달비용은 상승이 불가피하다. 여기다가 최근 미국의 인플레 인상분위기가 연방기준금리 인상에 수렴될 경우 주택담보대출·오토론(자동차할부)·학자금대출·신용카드 리볼빙(회전결제) 등 서민경제에 밀접한 영향을 갖는 각종 금융상품의 이자도 동반상승하게 된다.

이럴 경우 가계의 가처분소득도 사실상 감소하고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론적 분석이나 미 증시는 마치 이를 애써 외면하듯 아직 결정되지 않은 재정확대를 담보로 한 ‘트럼프랠리’에 보다 집중하는 분위기다.

오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되면 연방기준금리는 기존 0.5~0.75%에서 0.75~1.00%가 된다. 씨티그룹 리서치에 따르면 금리 25bp(0.25%p) 인상은 시중 유동성 최대 8천억 달러(약 912조8천억원)를 흡수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한다.

또한 美 미시간주 공인재무분석사(CFA) 마이클 리스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당신의 가계부에 손 댈 수 있는 권한은 국세청보다 세다”라고 강조했다.

현지시간 28일 은행간 결제를 위해 유보금에 대한 오버나잇 금리를 가리키는 리보금리 3월물은 연방준비제도의 출구전략 발표 후 첫 금리인상이 있던 2015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리보금리 상승폭의 직전고점은 바로 지난 12월 그러니까 미국의 두 번째 금리인상 발표직전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존 윌리엄즈 총재가 “3월 금리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며 지금은 금리인상이 모두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온지 1박2일만의 일이다.

PNC 파이낸셜의 수석 경제학자 거스 파우처는 ‘최근 미국경제는 고용증가와 더불어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인상되는 분위기’ 라면서 오히려 금융시장을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지난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미국의 금리인상을 바라보는 시장참여자들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테일’이 빠진 트럼프 연설 후 첫 거래일에도 KBW 은행지수는 3.2% 급등하며 뉴욕증시를 견인했다.

현재 월가는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와 이를 대처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미국의 화폐인 달러표시 자산 주식과 채권도 이에 맞게 평가절상(상향)돼야 마땅하다는 친시장적인 사고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한국경제 유불리 차원에서 어떻게 봐야할까? 지금까지 美 금리를 기준으로하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캐리트레이드’의 중요한 동기부여가 됐다. 한 때 2% 가까이 차이가 나던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제 한국 1.25% 그리고 오는 3월 미국의 금리가 인상된다면 0.75~1.00%로 격차가 ‘한 발차(1회 금리인상 범위)’로 좁혀진다.

이럴 경우 금리차를 노리는 즉 미국에서 저리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해 금리차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캐리트레이드는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옵션’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 경우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 금리에도 부담을 줄 것이고 가계부채 문제로 금리인상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한국은행은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를 방관할 수 밖에 없다. 보통 이럴 경우 국내증시 외국인들은 당연히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연방준비제도(Fed) 금리인상에 대한 현지 시각이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 당연히 주식과 채권가치도 올라가는게 맞다’며 금융자산의 가격상승에 베팅하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