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귀성·귀경길]귀성객 북적이는 서울역 “표 좀 구해주요"

김영주 기자
입력일 2017-01-26 16:50 수정일 2017-01-26 18:16 발행일 2017-01-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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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26일 오후 서울역.

캐리어를 끌거나 배낭을 멘 채 각종 선물세트를 손에 든 귀성객들이 역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쌀쌀한 날씨에 대부분 패딩 모자를 쓰거나 털마개를 낀 모습이었다.

아기에게 찬바람이 들지 않게 잠바를 덮어 씌워 품에 안고 가는 엄마, 곰돌이 캐릭터가 그려진 초록 캐리어를 끌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 군복을 입고 배낭을 멘 채 삼삼오오 모여 있는 군인들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시민들이 바쁜 귀성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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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역에서 KTX 기차를 타기 위해 분주히 움죽이는 귀성객들. (사진=하종민 기자)

빨간색 작은 캐리어를 끌고 대구행 KTX 기차를 타러 가던 장민정(33)씨는 “연휴 당일에는 기차표 구하기가 어려워 오늘 반차를 내고 고향에 간다”면서 “오늘 표도 (KTX 예매 당일) 새벽 6시 전부터 일어나 예매했다”고 말했다.

3년차 직장인에 접어든 장씨는 “지난 추석 이후 처음 집에 내려가는 길”이라면서 “푹 쉬고 오고 싶어서 이틀 휴가를 더 내서 일주일 간 다녀올 계획”이라 말했다.

김도형(37)씨도 4살 난 딸아이와 함께 3개월 만에 고향인 대전을 찾았다. 김씨는 “부모님이 손녀딸을 빨리 보고 싶어 대전역에 마중 나오신다고 했다”면서 “둘째는 어려서 데려오지 못하고 아내와 함께 집에 있는데, 내년에는 온 가족이 함께 부모님을 찾아 뵙고 싶다”고 말했다.

기차를 놓칠까 서두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포항행 KTX기차가 출발하기 2분 전, 캐리어를 들거나 종이가방 여러 개를 든 이들이 에스컬레이터에 줄을 서는 대신 계단으로 뛰어내려가 기차에 올랐다.

기차표를 구하지 못한 귀성객들도 많았다. 매표소 위 전광판에는 이날 모든 KTX열차가 입석까지 매진됐다는 안내가 떠 있었지만,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줄어들지 않았다. 대구행 KTX표를 사기 위해 긴 줄의 끝에 선 권지하(61)씨는 “기차표를 예매하지 못해서 취소표를 사려고 왔다”면서 “작년에도 매표소에서 취소표를 구해서 내려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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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고향에 내려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서울역 매표소 앞에 길게 줄을 선 시민들. (사진=하종민 기자)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식을 보러 ‘역(逆)귀성’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 보였다. 김해에서 남편과 함께 ‘역귀성’ 했다는 김상봉(80)씨는 “일이 바빠 내려오지 못하는 아들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군복무 중인 임종수(22)씨도 7박 8일의 휴가를 마치고 고향인 충남에서 서울을 거쳐 철원 부대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그는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설 연휴 4일간 부대에서 제사를 지내고, 윷놀이 등을 하기 때문에 휴가가 4일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라 덧붙였다.

한편, 서울역을 메운 시민들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역을 찾는 단체 등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역사 한가운데서 ‘유능한 정당 국민의당’이라 쓴 초록 띠를 두르고 ‘국민이 가족입니다’라고 쓴 홍보 전단지를 나눠줬다.

태극 모양 배지를 가슴에 달고, 가방에 태극기를 꽂은 어르신들은 ‘나라 망치는 작태 이제 끝나라’고 적은 전단지를 뿌렸다. ‘부양의무자기준폐지행동’이란 단체에서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KTX 작업 중 일부를 외주화하는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서울 중부소방소에서는 ‘고향집에 안전 선물하고 안심 담아오세요’란 플래카드를 걸고서 윷놀이, 제기차기 등에 참여하거나 한복을 입은 이들에게 소화기나 화재가 났을 때 울리는 경보형탐지기를 제공하고 있었다.

김영주 하종민 기자 you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