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확인은 필수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26 08:54 수정일 2016-12-27 10:13 발행일 2016-12-27 21면
인쇄아이콘
2017년 인민은행에 남은 카드는?
clip20161226084502
인민은행(AFP통신)

올 해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화폐는 바로 위안화였다. 달러대비 위안화 교환가치는 12월23일 기준 5.67% 떨어졌다. 아직 고시환율제(페그)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역외환율과의 격차가 자고 일어나면 벌어지는 통에 올 해 수시로 위안달러환율을 상향수정해야 했다.

이처럼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는데는 수급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즉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자본시장에서 돈을 빼 위안화를 놓고 달러로 바꿔서 본국으로 철수하거나 해외송금하는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아직까지 인민은행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외환시장 개입은 단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환율하락이 수출기업들의 환차익 등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위안화 가치가 너무 떨어지면 그 역시 문제다.

석유·가스·석탄 등 산업용 원자재 그리고 곡물 등 식량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경제에 이 같은 환율상승(위안화 평가절하)은 자칫 공급단계(Supply-side)의 인플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IB(투자은행)들은 올 해 위안화의 가치가 평균 6~7%대 추가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lip20161226085026
중국 환전상(AP통신)

문제는 이 같은 ‘방향성’이다. 현재 중국 수출기업들은 해외에서 달러로 결제받은 돈을 역송금하거나 환전하지 않고 묶어 두고 있다. 그 이유가 바로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하에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이들이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었을 때 수입으로 잡히는 환차익은 더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위안화 약세추세가 어디서부터 왜 시작됐는지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최근 위안화 약세의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IMF(국제통화기금) SDR(표준인출권)에 위안화가 편입된 것이다. 그동안 각종 금융시장을 컨트롤 해 오던 중국정부는 SDR편입 전후로 이 같은 ‘관리의 묘’를 좀처럼 살리지 못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달러패권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위안화 '교환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IMF에서 원하는 금융시장 ‘개방화·자율화’ 조건을 충족시켜주면서까지 SDR 편입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로 자본주의에 진입하는 중국에게는 다소 무리한 시도였다는 평가가 있다.

달러위안환율은 2014년 초 6.04로 사상최저를 찍고 그 후로 원치않는 상승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中 GDP 성장률 둔화와 이를 부양하기 위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위안화’라는 중국의 화폐가치도 정직하게 함께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현재진행형’인 이슈로 골드만삭스는 2017년 중국 GDP를 5.5%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역시 위안화의 ‘방향성’을 토대로 중국시장으로부터의 자금유출을 더 서두르고 있다. 즉 자신들이 중국에 투자한 위안화의 가치가 점점 더 쪼그라들 경우 자칫 투자수익이 환차손으로 백지상태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 때문이다.

현재 인민은행이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위안화 가치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을 단행하면 실물경기를 좌우하는 주식과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내수경제가 엉망이 될 수 있고, 반대로 경기를 부양시켜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위안화 가치도 상승하는 방법을 쓰기에는 자본시장에 투입하는 유동성이 신용을 미끼로한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거나 곧바로 해외로 빠져나가 버릴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일주일 후로 다가온 2017년도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인민은행의 이 같은 애매한 스탠스도 당분간은 변화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한 IMF를 비롯한 서방의 해법은 지극히 단순하고 일관적이다. ‘그럴 수록 더 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단계에서의 자본시장 개방 부작용을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처절하게 느낀 한국의 경우를 본다면 중국 기업들과 국고채·지방채 등 위안화표시 자산들의 내재가치가 현재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돼 있는지부터 철저하게 뜯어 보아야 한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