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1000만 일자리 창출, 알고 보니 94%가 '알바'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25 05:46 수정일 2016-12-25 15:27 발행일 2016-12-2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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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파트타임 증가, 韓 경제 사회에 '나비효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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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5달러 달성을 위한 美노조 시위현장.(AP=연합)

지난 10년 오바마 정권에서 창출된 일자리 94%가 ‘파트타임’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겸 프린스턴대 교수 앨런 크루거는 미국의 실업률이 11월 기준 4.6%로, Fed(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는 물론 완전고용을 달성한 현 상황에서 ‘양과 질’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 10년간 최대성과라고 할 수 있는 천 만 일자리 증가분 가운데 94%는 시간제 대체고용이었고 60%는 프리랜서 형태였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의 경우 질적 부실이 더욱 심각해 파트타임은 물론 일부 풀타임 근로자 역시 실업급여·산재혜택 등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히 젊은 층이 선호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프리랜서’ 관행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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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근로자 가처분소득증가율, 제로헷지

Fed 옐런 의장은 미국의 고용지표 항목 중 시간당임금과 같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고용의 질을 챙겨보겠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왜곡된 구조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고용의 질’에 해당하는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전적으로 여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실업률만 보고 Fed의 금리인상 혹은 나아가 긴축이 단행된다면 기업들은 자금조달비용 증가로 채용을 줄이거나 더 많은 사람들을 파트타임으로 내몰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근로자들의 가처분소득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최근 한국도 비정규직 문제가 삶의 질 차원을 넘어 결혼 기피, 출산율 감소 등의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美 고용시장의 ‘질’은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 지난 가을 한국을 방문했던 앨런 크루거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이 고용의 질을 개선해 서비스산업 생산성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또한 한국경제의 수출의존도를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 째, 미국 근로자들의 소득과 고용안정성이 소비를 좌우하는 현실과 13%를 차지하고 있는 대미수출비중을 감안한다면 멀리 바다건너에 있는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둘 째, 미 고용시장이 결국 Fed 통화정책의 양대 바로미터인 실업률과 물가 두 가지 모두를 좌우하므로 이것이 국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 역시 간접적 이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시장에 있어 미국 고용시장의 이 같은 ‘착시효과’가 자칫 트럼프 새정부를 자극해 매파적 통화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게다가 지난 10월 Fed 옐런의장이 사견이라고 밝힌 ‘고물가 국면(High pressure Economy)’ 용인 발언은 성장률이 줄하향되고 있는 한국경제에 더 큰 위협요소다. 

그동안 한국은행의 물가관리는 신중하면서도 보수적이라는 국내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가계부채로 발목 잡힌 현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인 한국은행이 내수시장을 미국의 고물가 국면에 그대로 노출되도록 억지로라도 용인한다면 국내경제의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오바마 정부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과 천 만 일자리의 ‘허와 실’을 트럼프 새 내각이 재평가함은 물론 내년 통화정책에도 효율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