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트럼프 정부 입성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22 11:11 수정일 2016-12-22 16:17 발행일 2016-12-2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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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들과 주로 '악연', 득과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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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아이칸.(AFP=연합)

’지배구조개선 전문가’로 혹은 ‘기업 사냥꾼’으로,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칼 아이칸이 트럼프 정부에 입성하게 됐다.

트럼프 인수위에 따르면 선거캠페인 당시부터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칼 아이칸을 규제개혁위원회(가칭) 특별자문역으로 발탁했다고 전했다.

공매도와 적대적 M&A를 포함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헷지펀드 업계의 ‘레전드’ 두 사람 가운데 칼 아이칸은 트럼프를, 조지소로스는 클린턴을 공개 지지해 지난 대선당시 ‘세기의 대결’, ‘누구의 베팅이 맞을까’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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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트럼프타워에 타이슨 권투경기를 보러온 트럼프(좌)와 아이칸(우).(AP=연합)

올 해로 80세를 맞은 칼 아이칸은 트럼프 내각의 재무장관 스티브 므누신 그리고 상무부장관 윌버로스를 적극적으로 천거했고 결국 트럼프 당선자가 이를 받아들여 새정부 핵심요직의 두 사람을 전격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칸은 2006년 KT&G 지분 6.59%를 전격 취득하고 약 1년간, 유동자산 처분과 자사주 매입 등의 안건을 놓고 사측과 끈질긴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결국 KT&G는 경영권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칼 아이칸은 이 과정에서 약 150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던 일화가 있다.

그렇다고 칼 아이칸의 이번 규제개혁위 특별자문역 임명을 반드시 한국 기업들에 위협으로 간주할 필요는 없다

2006년에 비해 한국 자본시장의 건전성이 크게 향상됐고 2008년에 제정돼 2009년 시행에 들어간 자본시장법과 올 해 유관법안을 통합한 자본시장통합법이 출범되어 제도적 안전장치도 충분히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칸이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라는 점에서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에 할당된 구조개편 등의 과제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가 차지하게 된 규제개혁위 특별자문역은 특정 기업이나 국가를 공격하거나 이득을 취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유연한 대응 같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 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