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급율 1위 한국 '양보다 질'에선 꼴찌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19 11:44 수정일 2016-12-19 16:03 발행일 2016-12-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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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예상 5% 불과, 조사국 최하위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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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미국의 대통령선거 국가별 여론조사결과, 한국에서 트럼프 당선을 맞춘 사람은 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서베이 기관 Ipsos에 따르면 주요국 언론들이 모두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점친 가운데 러시아만 유일하게 과반수가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했다. 심지어 중국도 응답자 절반이상인 32%가 트럼프 승리를 적중시켰다.

당사국인 미국은 50:26으로 클린턴의 승리 예상이 2배 가량 많았지만 주요 언론사들보다는 비교적 트럼프 당선 예측비율이 높게 나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이들 미국 언론들의 보도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했던 영국이 16%, 독일은 14% 그리고 일본은 8%의 응답자 만이 트럼프 승리를 적중시켜 현지 미국보다도 괴리가 큰 ‘편향적 여론’이 형성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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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페소-달러환율, 블룸버그 인터넷판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 한국이었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불법이민자 척결·멕시코 접경지역에 콘크리트벽 설치 공양 등 사실상 ‘주적’에 가까운 공격을 선거기간 내내 받아야만 했던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는 트럼프 지지율과 정확하게 반대로 움직여 왔다. 
그러다 선거당일부터 개표일 1박 2일 동안 무려 20% 넘는 등락폭을 가리키며 요동을 쳤다. 이 만큼 트럼프의 부정적 뉴스가 멕시코 현지 언론과 인터넷 그리고 SNS에 도배가 되는 가운데서도 트럼프 당선을 예상한 비율은 6%로, 하물며 한국 5% 보다도 앞섰던 것이다.
당시 한국에서는 인터넷 보급율 1위 국가 위상에 걸맞게 미국 선거관련 소식들이 매일 눈 뜨자 마자부터 스마트폰, SNS 등 거의 모든 통신수단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대낮 학부모 모임이든 저녁 술자리든 트럼프의 과거 ‘만행’과 ‘막말’에만 도가 지나친 관심이 한마디로 ‘확대재생산’되던 시기였다. 
이에 반미는 물론 기득권에 반감을 가졌던 사람들과 언론들도 온 국민들에게 트럼프와 공화당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주입하느라 분주했었다. 바로  그 결과 트럼프 당선 예측비율 ‘전 세계 꼴찌’를 기록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믿지 못할 결과가 나온 직후에도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냥 ‘이변’이 일어났다고 일종의 샤머니즘의 영역 정도로 치부하며 면피하기 바빴고 그동안 이 같은 편향적 시각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러시아는 본국인 미국을 제치고 당선예측률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독일의 법무장관 하이코 마스는 현지시간 18일 일요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SNS상 페이크뉴스(거짓선동)를 배포하는 자에 대해 형사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 해당기사의 제목은 ‘독일 법무부, 페이스북에 페이크뉴스는 감옥행’으로 다소 자극적이다. 그는 특히 페이스북을 지목해 ‘페이크 뉴스로 엄청난 실적 올리는 기업’으로 정조준하면서 내년 독일 총리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거짓선동을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국내에도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아니면 말고’ SNS 글이 도를 넘은지 오래다. ‘널리 퍼뜨려 주세요’, ‘~하고 있답니다. 지인들에게 알려주세요’ 같은 문구에는 이제 그야말로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표준)’에 따른 책임이 부과돼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현재 최순실 사건 국정조사와 청문회 역시 편향된 시각으로 본 의혹을 바탕으로 한 ‘페이크뉴스’와 ‘팩트’를 분리해서 분명 공과 과를 책임지는 사람이 등장해야 한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