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영향 '제한적' 체크포인트는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15 10:34 수정일 2016-12-16 06:26 발행일 2016-12-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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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트럼프 vs. '비둘기' 옐런, 시장참여자들 '둘 다 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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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도널드트럼프 美대통령당선자/우:Fed의장 재닛옐런, AP통신

미국의 중앙은행 Fed(연방준비제도)가 1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로서 미국 연방기준금리는 25bp 상승한 0.5~0.75%가 됐다.

금리인상 발표전 이미 시장의 컨센서스는 ‘이 정도(0.25%인상)의 각오는 돼 있었다’는 쪽이었지만 달러가치가 급등했고 미국채금리도 수직상승했다. 아시아증시 개장 직 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비중축소에 따른 순매도는 포착되고 있지만 생각보다 충격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환율의 급등은 앞으로 며칠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미국이 금융위기 후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작년 12월에 비해 이번 금리인상의 부작용이 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학습효과’를 들 수 있다. 작년에도 금리인상 시기가 처음 6월, 9월, 10월 그리고 다시 12월로 네 차례나 미뤄졌던 탓에 시장에서는 이미 충분히 ‘선반영’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내년(2016년) 금리인상 계획이 무려 네 번이라고 알려지면서 시장참여자들은 ‘뻔한 금리인상’ 자체보다는 미래의 그림자에 더 신경질 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미국을 제외한 이머징과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율이 요동을 쳤고 증시의 충격 또한 하루 이틀에 정리되지 않았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중심으로 달러자산의 유출이 ‘썰물’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후 상황은 당초 Fed의 계획과 딴 판으로 돌아갔다. 먼저 이렇게 시장에 공포된 ‘내년 4회 금리인상’ 시나리오는 큰 역풍을 만났다.

달러가치가 급등하면서 미국 경제가 안으로는 수출 부진, 밖으로는 신흥국 우려로 글로벌 경제성장 불안이라는 ‘내우외환’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당초 의욕적인 올 해 ‘4회 금리인상’에서 결국 올해 '단 한 번’으로 끝을 맺은 Fed 의 금리인상 계획은 다음의 순서를 거치며 시장에 길들여져 버렸다.

‘달러가치 급등 -> 美 수출기업 환차손 대비 실적하향 -> 증시급락 -> 소비심리 위축 -> 안전자산 쏠림현상 -> 신흥국 우려, 글로벌 성장률 하향 -> Fed 압박 -> 금리인상 연기 -> 달러가치 반락 -> 증시 반등’

바로 이 같은 학습효과가 이번 FOMC 에서도 내년 2017년 금리인상 계획을 3회로 밝혔음에도 시장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지않게 한 원동력이었다. 물론 월가에서는 이번 FOMC 결과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는 평가를 붙였지만 이 역시 Fed에 대한 ‘압박용’일 뿐 큰 의미는 없었다고 본다.

만일 시장이 기대하는 내년 두 번의 금리인상이 Fed의 뜻대로 세 번으로 늘어난다는 가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글로벌 증시의 반응은 이 정도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Fed가 이번처럼 금리를 25bp 올리면 중앙은행으로 흡수되는 유동성이 최대 8천억달러라고 한다. 만일 시장참여자들이 기존의 계획보다 우리 돈으로 945조원의 유동성이 더 빠져나간다고 가정했다면 전 날 0.58% 미리 올랐던 다우지수가 -0.59% 그대로 상승분을 반납하는데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지금 시장의 ‘매파적’이라는 FOMC에 대한 평가는 일종의 표정관리용이고 표면상 ‘내년 3회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거나 또 결국 무산시키겠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작년과 올 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트럼프’라는 변수가 글로벌 경제에 추가된 것이다.

하원을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부채한도 증액에 난항을 겪었던 오바마 행정부는 재정정책보다 Fed이 주도하는 통화정책에 의존도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는 그 색깔 부터가 다르다. 허약한 미국경제에 대한 처방이 오바마 정부의 경우 영양분을 공급해주고 어루만져주는 식이었다면 트럼프 정부는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토대로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동시에 주입하겠다는 식이다. 이렇게 새정부의 의욕적인 재정정책이 본격적인 효과를 내게되면 Fed는 어쩔 수 없이 긴축을 통한 물가관리에 들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현재 시장이 채택하고 있는 ‘학습효과’는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 할 것이다.

따라서 새해 매파적인 트럼프와 비둘기파적인 옐런의 대결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기의 관전포인트는 둘 중 누가 승리하던 월가가 과연 ‘남는 장사’로 인식할 것인지 아니면 또 글로벌 위험자산에 매질을 가하는 일종의 ‘자해공갈’을 통해 둘 중 하나를 길들이기에 나서느냐 여부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