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견제구에 中 금융시장 '휘청'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13 07:08 수정일 2016-12-13 16:07 발행일 2016-12-1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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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음은 돌직구' 예고 속 '창과 방패'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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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 흔드는 트럼프 보도, AP통신

‘모순(矛盾)’이라는 한자가 있다. 글자 그대로는 ‘창과 방패’를 뜻하지만 한 저잣거리 장사꾼이 ‘이 창은 촉이 단단하고 날카로와서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옆에 방패는 너무나 견고해서 그 어떤 창도 능히 막아낼 수 있다’고 하자 한 구경꾼이 ‘그럼 그 창으로 그 방패를 한 번 뚫어보라’고 한데서 유래한 고사로도 알려져 있다.

요즘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비슷한 형국이다.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과 그런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최고의 방패를 가진 중국의 대립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에 트럼프 정부와 호흡을 맞추게 된 골드만삭스는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차이나)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한 글로벌 최고 금융사다. '결자해지'의 명분으로 이들이 그동안 집중됐던 중국 투자비중을 줄이고 대만 비중을 확대한다면, 아니 벌써 이 같은 움직임이 시작됐다면 과연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어제 상해증시는 부동산 버블과 부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3% 가까이 급락했고 동시에 중국채 10년물에도 투매가 출현하면서 가격이 하루 만에 1% 넘게 급락했다. 물론 중국채는 트럼프 당선 후 12월 들어서만 벌써 2.16% 하락했는데 어제는 금리인상이 확실시 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둔 경계감이 더 증폭됐다는 현지 분석이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트럼프 당선자의 친(親)대만 노선을 비롯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점차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출현한 중국증시 외국인 투매는 양국 갈등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중국 현지 석학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후단대 국제대학원 교수 센 딩리

트럼프는 치밀한 사업가인만큼 이해타산에 입각한 거래가 기본이다. 그런 차원에서 ‘아메리카 퍼스트’와 ‘하나의 중국’은 양립하기 힘든 명제다. 트럼프는 대만을 이용해서 중국으로부터 보다 유리한 거래를 이끌어 낼 심산인데 무역과 금융시장의 측면에서 베이징이 약점은 더 많다고 할 것이다.

사회과학 연구소의 수석연구원 류 웨이동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질서에 중국이 따라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면 트럼프는 일방적인 주장대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캐릭터다. 게다가 트럼프는 정치초보이며 아직 취임도 전인데 여기에 베이징에서 너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미국이 협상의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트럼프의 시도에 자진해서 장단을 맞춰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국제관계 연구소의 미국문제 연구소장 니우 친천

1979년 워싱턴과 베이징 정식수교 이후 트럼프는 가장 도발적인 실험을 감행하려 한다. 트럼프의 다혈질적인 측면이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될 심각한 결과를 양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하나의 중국’ 이념은 결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절대전제라는 것을 굽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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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채 보유국 수량·순위, 미 재무부 보도자료

대체로 현지 전문가들조차 미국이 공격, 중국이 수비의 입장이라는 것은 동의를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이 가진 방패 즉 미국채 보유 1위국의 위상은 어떤가? 

지난 해 12월 Fed(연방준비제도)가 마침내 금융위기 이 후 첫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작년 중순부터 시장이 예상했던 기준금리 인상시점은 10월이었는데 금리인상 결정이 나오기도 전부터 중국채 금리는 미리 상승하고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자금유출도 위협적인 수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중국은 미국채보유량을 오히려 늘린 것이다. 물론 올 해 1월 갑자기 중국의 미국채보유수량이 1조2380억달러로 급감하는 구간이 눈에 띄는데 이는 당시 위안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일종의 ‘착시효과’가 들어 있는 것이다. 그 후 다시 중국의 미국채 보유량은 1조2천억달러 수준으로 올라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중국경제에 대한 대외신인도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 자본시장에서 갑작스런 썰물이나 위안화 표시 자산들의 가치가 급락할 때 당국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추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담보’는 바로 글로벌 대표 안전자산 미국채라는 것이다.

최근 미국채 보유량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격차가 점차 좁혀들고 있다.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간과 할 리 없다. 형식상으로는 채권자이지만 이들이 채무자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