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최순실 르포' 하룻강아지에 무너진 한국 대통령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10 10:45 수정일 2016-12-10 14:10 발행일 2016-12-1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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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ppy gate(퍼피 게이트)' 그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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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아시아판 기사 캡쳐

‘박근혜 탄핵, 하룻강아지가 끌어내린 대통령?’

BBC뉴스의 금요일자 ‘최순실 르포’의 제목이다. 본 기자는 최대한 오해의 소지를 줄이기 위하여 해당기사를 직역해보기로 했다. 먼저 제목에 쓰인 ‘puppy’는 ‘강아지’라는 원 뜻도 있지만 사람에게 쓸 때는 ‘하찮은’, ‘같잖은’ 혹은 ‘중2병’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쓰인다는 점에서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puppy’라는 단어는 르포 후반부에 반전을 맞게 된다.

아무튼 BBC의 테사 왕 자금의 사태를 한국 ‘정치 스캔들’로 표현하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된 이번 사태는 알고보면 한 ‘puppy(애송이, 강아지)’에 대한 진실게임에서 시작됐다고 운을 띄웠다.

먼저 이 르포에서는, 고영태를 ‘good looks and athletic(잘생기고 몸 좋은)’로 수식하며 최근 몇 달 ‘worthy of Korean pop star(아이돌스타급)'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고영태를 이번 사건 최대의 수혜자로 가정하고 그 간의 일화를 써 내려간 것이다.

다음 고영태를 최순실의 ‘toy boy(기쁨조)’라고 한 한국언론들을 인용하면서 사실 그는 나름 유럽 귀족스포츠인 펜싱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점을 언급한다.

Dressing the president(대통령에게 옷을 입히다)

다음 단락의 소제목은 위와 같다. 고영태에 따르면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최순실의 중개에 따라 대통령의 의상과 가방 등 소품까지 도맡아서 제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순실이 박대통령에게 제공되는 수 천만원 상당 각종 의류와 소품의 계산을 본인이 직접 치르는 것을 보고 둘 관계의 보통사이가 아님을 직감했다는 것이다.

이 둘 사이가 ‘couple(연인)’ 이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고영태는 단순 사업파트너였을 뿐이라며 이를 강력하게 부인한다. 그렇지만 최순실이 자신에게 독일소재 기업 2개를 넘겨주겠다고 한 말을 믿었던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특별한 사이라는 의심은 지울 수가 없다는 식이다.

Puppy Gate(강아지 게이트)

이번 소제목에서는 각종 정권마다 등장한 ‘게이트’라는 표현을 붙였으나 ‘puppy’ 즉 어설픈 한 청년에 대한 의혹으로 시작되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파급력이 컸다는 점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번 르포의 제목에 쓰인 puppy 와 이번 소제목에 쓰인 puppy는 의미가 조금 달랐다. 한 마디로 '동음이의어'를 사용하는 위트를 발휘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영태’라는 존재도 역시 사건의 발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마 여기서 말한 puppy는 정말 '강아지'일까? 일단 해당 소제목은 puppy의 원 뜻 ‘강아지 게이트’로 붙였다. 그 이유는 바로 이어서 설명이 된다.

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된 일화가 바로 그것인데, 어느 날 최순실이 본인의 딸(정유라)이 애지중지하는 새끼강아지를 고영태에게 맡겼는데 고영태가 이 강아지를 집에 가둬놓고 골프를 치러갔고 최순실은 이를 알게되어 그에게 불같이 화를 낸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둘 사이는 급격하게 악화됐고 고영태는 ‘최순실이 나를 노예 취급했다’고 두고두고 분노했다는 것이다. 고영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최순실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게 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구성이다.

결국 이 ‘강아지 사건'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끌어내리게한 발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Puppy gate(강아지 게이트)’라고 소제목을 달은 것이다. 여기까지 르포를 읽고 다시 보면 제목 '박근혜 탄핵, 하룻강아지가 끌어내린 대통령?

'의 하룻강아지가 진짜 강아지로 느껴지는 특이점이 온다.

끝부분에서는 청문회 중간에 누군가가 고영태에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치하하자 고영태는 ‘had a president‘s ear(대통령의 귀를 독점한, 최측근)’ 최순실을 이렇게 공격하게 된 것에 대해 두려움도 후회도 없다고 답한 일화를 언급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