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투표결과 총리사임 '끝 아닌 시작'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06 10:40 수정일 2016-12-06 14:18 발행일 2016-12-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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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마테오 렌치 사임 기자회견.(AP=연합)

‘제 2의 브렉시트’로 불리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던 이탈리아 국민투표의 시장 충격은 결국 하루살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경계감을 늦추지 말 것을 조언한다.

유럽연합에서 3위, 전 세계 8위 규모 경제대국인 이탈리아 은행권의 NPL(부실 여신) 규모는 한국돈으로 452조 5200억원에 달하며 이를 정부가 지원하기에는 GDP 대비 133%에 달하는 부채로 국가살림도 빠듯하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초기멤버 6개국 중에 하나다. 하지만 지난 금융위기 당시 산업생산의 25%가 곤두박질쳤고 청년실업률이 40%에 육박하는 등 경제적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유로화’라는 통합화폐를 쓰는 유로존 국가들은 대부분 수출과 관광수입의 비중이 높은데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은 국가들은 유로화 가치가 자국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높아 경기호황기에는 호황기대로 불경기에는 또 불경기대로 재정적자가 늘어만 갔던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이탈리아 국민들은 ‘유로존에 있어서 당했다’는 원망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오성운동’ 같은 극좌파 정당이 득세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탈리아 은행권의 위기는 그야말로 ‘결자해지’로 또 유럽연합에 구원을 손길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만일 이탈리아 은행들이 파산한다면 이는 결국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를 비롯 천문학적인 ‘확산효과’를 낳게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탈리아가 이번 기회에 홀로서기에 나설 타이밍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여름 브렉시트 열병을 앓았던 영국의 경우 1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0개월래 최고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그렇지만 GDP대비 재정적자가 위험수위에 이미 도달한 이탈리아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이 ‘하루살이’ 악재로 취급받은 이유는 바로 ECB(유럽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공짜점심은 없다’는 말과 지난 그리스 구제자금 사례에서 봤듯 혹독한 구조조정과 정치적 진통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 과정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독일인데 내년 9월 총리 재선 선거를 앞둔 앙겔라 메르켈 역시 정치적 부담감에 뚜렷한 입장표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투표결과가 나온 후 첫 거래일인 5일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금리는 4.31% 오르며 1.984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렌치 총리 재신임이 힘들다는 여론조사 결과발표와 함께 11월 24일 기록된 연중최고치 2.131%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오는 8일 목요일 열릴 예정인 ECB(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가 고비가 될 것이다. 만일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이 자리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입장표명 없이 기자회견을 마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또 한 번 요동칠 수 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