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ay 4 이탈리아, 권력공백 韓-伊 '동병상련'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6-12-05 11:48 수정일 2016-12-05 16:13 발행일 2016-1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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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가 '우회전'속 나홀로 '좌회전',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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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렌치 총리부부.(AFP=연합)

이탈리아 국민투표가 예상대로 ‘부결’쪽으로 기울자 최근 10년 동안 벌써 6번 째 총리를 맞이해야 하는 이탈리아 정가는 분주해졌다.

일단 사퇴의사만 밝히고 대통령의 재가를 남겨둔 마테오 렌치 총리는 투표종료 직후 “나의 내각은 오늘로서 생사를 달리 할 것이다”라는 말로 사실상 패배를 직감하며 고별사를 대신 한 것이다.

이 같은 소감이 발표된 직후 유로화에 대한 달러의 교환가치를 나타내는 환율은 1.0563으로 20개월래 최저치까지 순간 급락했다.

도쿄-미쯔비시은행의 외환애널리스트 우치다 미노리는 “아무리 ‘부결’이라는 결과가 선반영 됐다지만, 일단 반응은 약세가 맞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는 채권시장이 더 문제인데 이제 부실은행들과 발이 묶여버린 이탈리아 국채금리와 안전자산 독일 국채금리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곧 유로존 전체의 안전자산 쏠림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고 이럴 경우 국내증시 유럽계 자금 역시 ‘비중축소’로 대응할 공산이 커진다.

그렇다면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What's next?'

런던에 위치한 테니오 인텔리젼스의 리서치 자료는 다음과 같이 예언한다.

먼저 확률은 적지만 이탈리아 대통령이 만류하고 본인도 사의를 철회해 마테오 렌치가 총리직을 유지할 경우다. 당초 렌치총리가 개헌을 위해 주장하던 상하원의원 선출방식 변경은 어차피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렌치 내각의 뜻대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럴 경우 다음 총선 2018년 초까지 ‘이탈렉시트(이탈리아 유로존탈퇴)’를 비롯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매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언급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렌치 총리 사임 이 후 정국에 대한 시나리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째, 2017년 조기총선. 이렇게 될 경우 양측은 또 한 번 내각구성안 개정을 공약으로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여소야대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이럴 경우 정국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이 후 단명할 것이 뻔한 연정이 구성되는 등 불확실성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둘 째, 과도정부 구성. 내각구성안이 또 핵심이 될 전망인데 문제는 총리가 없는 상태로 이를 양당의 합의 하에 마련한다면 내년 하반기에나 총선이 가능할 것이고 이 역시 이탈리아 내수경제와 은행권에는 큰 불확실성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RBCCM의 리서치 측은 2012년 그리스 재정위기와 그렉시트 위기가 금융시장에서 재현되는 것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일종의 ‘풍선효과’로 달러강세만 더 과격해 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ANZ의 경제학자 조 마스터즈는 조금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마침 ECB 통화정책 회의가 목요일 예정돼 있는 만큼 긴급처방으로 이탈리아 국채와 은행 부실자산에 대한 ‘6개월짜리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국민투표 발표 후 MSCI 동아시아펀드 기준가는 0.5%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그동안 선전했던 일본과 호주증시는 이보다 낙폭이 컸고 한국 코스피는 소폭이나마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안전판 역할을 해주며 0.2% 미만의 약세로 선방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