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선동의 역사, 첫 희생자는 소크라테스

김희욱 기자
입력일 2016-12-04 09:21 수정일 2016-12-04 16:33 발행일 2016-12-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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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후 SNS 통한 '페이크뉴스' 단속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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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앞의 페이스북, AP통신

‘무한 공유 바랍니다’, ‘널리 퍼뜨려주세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페이크북’이라는 오명을 얻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상에 흔히 등장하는 문구다.

과거 증권가에 유행하던 ‘찌라시’가 디지털화 된 셈이다. 물론 이들의 진위여부는 당장은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낭설이 진짜 결과로 이어지는 웃지 못 할 상황도 흔히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일주일전 한 재미교포가 SNS에 ‘트럼프가 연설에서 여자 대통령의 폐해를 보고 싶다면 한국을 보라는 말을 해 한국인으로서 창피했다’라는 글을 올렸고 언론들은 이를 열심히 전했다. 결과적으로 미 대사관까지 보고된 이 사건은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식 페이크뉴스 페해의 전형이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이 같은 페이크뉴스(거짓선동)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지만 사용자의 ’온라인용 캐릭터’를 존중하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SNS의 특성상 이들을 일일히 모니터링 하거나 게시글의 사실여부를 사사건건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최근 최순실게이트 관련, 한국에서도 이 같은 ‘페이크뉴스’가 상당수 유통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거짓선동과 그 피해는 언제부터일까?

공식적으로 첫 희생자는 소크라테스였다고 전해진다. 기원전 399년 그는 당시 쪽지처럼 유포되던 신문 초기형태의 간행물에 ‘소크라테스가 신을 부정했다’는 내용이 전해져 사형을 당하고 만다. 하지만 그가 사망한 후 이 같은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고 밝혀졌다.

'미국정치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식민지 사절로 영국에 파견돼 무려 15년을 근무했는데, 1773년 그는 기밀을 누설했다는 거짓선동에 휘말려 사절단장직을 박탈당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는 본인이 직접 ‘거짓선동’을 한다는 죄목으로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 물론 이 역시 나중에 사실로 밝혀졌지만 당시 그의 주장은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으므로 터무니 없는 주장이 추후 사실로 밝혀진 ‘우연의 일치’라는 의심도 남아 있다.

또한 '피의 숙청'으로 권력을 잡은 것으로 유명한 스탈린은 대상자들의 혐의를 '소련과 공산주의를 비판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거짓선동이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그 때는 이미 스탈린이 모든 권력을 장악한 후였다.

트럼프 당선 후 미국에서 일어난 ‘페이크뉴스 자정운동’이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도 상륙할지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이 같은 거짓선동은 역사적으로 훌륭한 철학자와 과학자 그리고 정치인의 억울한 목숨을 빼앗아 갔던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올 해의 유행어쯤 되는 ‘아몰랑’ 같은 무책임한 정보전달의 태도가 한사람의 인생을, 그리고 이에 영향받은 수 많은 대중들의 가치관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태풍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