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전쟁' 동아시아가 격전지

김희욱 기자
입력일 2016-11-28 12:25 수정일 2016-11-28 16:30 발행일 2016-11-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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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중국 등 동아시아 물부족 현상 '위기'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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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물 스트레스, MIT 연구팀

화폐전쟁 · 무역전쟁에 이어 물전쟁이 온다. MIT 공대 찰스 펀트 교수 연구팀은 국가별 ‘물 스트레스’를 측정, 5단계로 색깔을 차등한 세계지도를 공개했다. 먼저 한반도 가운데서도 남한은 ‘스트레스 높음’ 이고 북한은 ‘스트레스 중간~높음’ 구간에 표시됐다.

그렇다면 전세계에서 가장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한반도와 중국이 속한 아시아 지역은 2050년 식수를 포함한 ‘신선수(水)’가 절대 부족한 지역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베이징과 상해를 비롯한 대도심 지역처럼 '내륙 +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조합은 '물 스트레스'를 최고조에 이르게 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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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지역 인구밀도, MIT 공대

이들은 이 같은 물 부족현상을 ‘워터 크라이시스(Water crisis, 물 위기)’라고 규정짓고 남중국해 갈등과 중국의 영토분쟁이 사실 이 같은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고 정의했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티벳 고원 등의 고원지대에 댐을 건설하고 최근에 수력발전용 댐과 설비를 메콩강 유역에 설치하는 등 중국으로 물이 흘러내려오는 수로를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에 해수담수화 기술을 비롯 물 관련 기술을 수출하는 국가들도 늘고 있어 이들 동아시아 지역의 ‘물 전쟁’은 점차 조직화되고 치열해 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일 로버트 보쉬 아카데미의 수석 연구원이자 ‘물 전쟁, 새로운 격전지는 아시아’ 저자인 브라마 첼라니 박사는 이 같은 ‘물 전쟁’의 전조증상이 일찌감치 나타났었다며 한국기업 대우로지스틱스의 일화를 언급했다.

때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대우로지스틱스는 당시 독재자 라발로마나나 정권에 로비를 통해 마다가스카르 전체 농지의 절반 가량을 ‘통’으로 기증받았다. 당시 대우로지스틱스의 명분은 대한민국 식량안보에 일조한다는 것이었는데 결국 이 사건이 단초가 되어 쿠데타가 일어난 마다가스카르에서 라발로마나나는 정권을 빼앗겨 버렸다. 이에 대우로지스틱스도 해당 토지를 새로 들어선 군사정권에 다시 반납하고 마다가스카르에서 쫓겨나게 된 사건이다.

브라마 첼라니 박사는 이 같은 일이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식량도 아닌 ‘물’을 놓고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현재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영토분쟁이나 동아시아 군사 배치 같은 기존 이슈를 제외하고 이제는 ‘물’ 그 하나만을 위한 체계적인 아시아 국가들 간의 협정이나 원칙이 수립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희욱 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