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고 이탈렉시트 온다

김희욱 기자
입력일 2016-11-28 11:45 수정일 2016-11-28 16:30 발행일 2016-11-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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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이탈리아 주민투표 '북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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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로 렌치 이탈리아 총리.(AFP=연합)

‘이탈렉시트(Italexit, 이탈리아 유로존 탈퇴)만은 막아야, 주민투표에 달려’. 네덜란드 단스케 은행 리서치 보고서 제목이다. 12월 4일 헌법개정이 걸린 이탈리아 주민투표에 유로존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쟁점은 직접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가 아닌 이탈리아 상원의석수를 현재 315석에서 100석으로 줄이고 대통령 임명권에 5석을, 각 지자체장에 95석을 할당하는 헌법 개정안이다. 대통령의 권한강화와 동시에 입법기능은 하원에 집중시켜 불필요한 정쟁을 줄인다는 취지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주민투표에 결과에 자신의 총리직을 내걸고 ‘찬성’ 표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반대’가 소폭 우세하나 지난 브렉시트의 학습효과를 장착한 전문가들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며 긴장하고 있다. 만일 지금 여론조사 결과대로 ‘반대’가 과반수를 넘는다면 마테오 렌치는 즉각 사임하고 조기 총선을 마련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이탈리아는 ‘정반합’의 총리가 가고 브렉시트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당시 영국과 같은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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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스케뱅크 리서치 보고서

이번 주민투표 이면에는 사실 이탈리아 부실은행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응방안이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시중은행들의 부채자산은 4조유로에 육박하는데 문제는 이 자산의 80%가 이탈리아 국내에서 맞물린, 다시 말하면 시중은행들간 차입과 맞보증 그리고 이탈리아 국민들이 직접 매입한 은행채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마테로 렌치 총리는 ‘이 같은 상태에서 외부(ECB 등) 구제자금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치적 자살’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다가 최근 EU(유럽연합)으로부터 ‘새로운 규정’을 적용받도록 협상하자는 쪽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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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 자료

11월 27일 주말판 파이낸셜 타임즈에서는 현재 이탈리아 은행부실과 주민투표 관련 이번 투표에서 ‘반대’가 이길 경우 최소 8개 이탈리아 시중은행이 파산한다고 경고했고 각 연구기관들은 곧바로 엄청난 ‘쇼요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즉각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해 동양그룹 법정관리로 무방비상태에서 부실채권을 떠안게된 개인투자자들이 아직도 고통 속에서 재판결과를 기다리는 것을 생각하면 ‘동양종금’ 보다 규모와 역사면에서 훨씬 중량감이 큰 ‘이탈리아 시중은행 8개 도산’ 이라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김희욱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