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캐리트레이드 탈출 러시, 한국도 예외 아냐

김희욱 기자
입력일 2016-11-20 09:52 수정일 2016-11-20 16:44 발행일 2016-11-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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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이머징 채권시장 자금이탈 '사상최대'
트럼프發 그레이트 로테이션 '너무 과격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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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AFP통신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인 11월 10일부터 일주일간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는 총 66억달러(7조7680억원)의 자금이 이탈해 일주일만에 최대규모의 자금이탈을 기록했다. 

여기에 신흥국 주식시장의 자금유출 규모는 최근 2년만에 최고치인 54억달러로 우리돈, 6조3560억원이 한 주 만에 빠져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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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 리서치

그렇다면 이렇게 이머징 마켓을 탈출한 자금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바로 미국증시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이 BofA(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이다. 같은기간 30억7천만달러(3조6134억원)가 월가 주식형 ETF 시장에 유입되었고 이는 최근 2년래 최대규모였다. 

업종별로는 금융 72억달러·헬스케어(바이오) 31억달러 그리고 원자재 업종이 주간단위로 3년만에 최대규모인 14억달러의 투자자금을 맞아들였다. 이는 지난 주 글로벌 증시상황을 돌아보면 어느정도 짐작가능한 사실이나 그 규모면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두려움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이 같은 현상을 가만 들여다보면 왠지 낯설지가 않다. 바로 지난해 초 Fed(연방준비제도) 첫 금리인상을 앞두고 시장의 두려움을 달래주기 위해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주장했던 이론과 ‘데자부’를 일으키는 탓이다. 이름 하여‘ 그레이트 로테이션’, 금리인상기에 채권에 과도하게 몰려있던 자금들이 주식의 배당수익을 노리고 증시로 유입되는 '대전환기'를 의미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주 글로벌 자금시장 전체흐름을 파악해보면, 채권시장에서 181억달러, 금과 은 등 귀금속 선물시장에서 28억달러 총 209억달러가 순유출을 기록한 반면 275억달러가 증시에 순증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이론상으로는 12월 Fed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이런 현상이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적용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유출된 채권시장 자금은 주로 이머징에서, 그리고 증시유입된 자금 대부분은 미국증시로 향했다는 점이다. 이같은 그레이트 로테이션 내부의 차별화는, 두 변수가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경제학의 특성상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다.

지금은 ‘트럼프가 우리편이나 아니냐’는 유아적인 고민대신 트럼프라는 '슈퍼문'이 뜨고 이 인력에 따라 일어나는 금융시장의 밀물과 썰물에 과연 어떻게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시장참여자들에게 더 큰 숙제다.

김희욱 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