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팔아치우는 중국과 사우디 '급한일 있나'

김희욱 기자
입력일 2016-11-17 11:38 수정일 2016-11-17 16:19 발행일 2016-1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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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중앙은행 보유액, 2012년래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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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진핑.(AFP=연합)

11월 둘 째 주 Fed(연방준비제도) 통계자료에 따르면 해외중앙은행 창구에서 총 140억달러(16조4262억원) 규모의 미국채 매도세가 쏟아진 것으로 밝혀져 화제다. 해당계좌의 주인은 각각 중국과 사우디 였는데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과 이 같은 미국채 매도세가 연관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채의 해외수요는 점점 감소해 지난 주 기준 해외중앙은행 보유량은 2788조 달러로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트럼프 당선 후 미국채 금리 상승은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려 최근에는 10년물 기준 연중 최고수준인 2%를 넘어선 바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의 재정확대 정책이 고금리 시대를 열 것이라는 원론적인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채권시장 종사자들은 최근 중국과 사우디 등 미국채 시장 큰 손들이 앞다투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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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루이스Fed, 해외중앙은행 보유 미국채수량

미국 재무부가 공개입찰을 통해 발행하는 미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각 국 중앙은행이 필수적으로 보유하는 자산일 뿐만 아니라 해당국가의 미국채·달러 등 외환 그리고 금 보유량은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정도로 중요한 필수자산 이다. 이처럼 미국채 보유량은 곧 해당 국가의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연결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상징성이 크다. 현재 미국채 보유국 가운데 중국이 1조 1570억 달러로 1위를, 그 다음 일본이 1조 1360억 달러로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 해 들어 점차 격차를 좁혀가는 중이다.

그 다음 ‘세계의 금고’로 통하는 스위스가 6위를 이어서 한국은 총 885억 달러의 미국채를 보유해 14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즈음해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러시아도 765억 달러 규모의 미국채 보유량 16위 국가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등 유로존 부채우려국가들은 재정위기에 시달리는 기간에 오히려 미국채보유량을 늘려 금융업의 대외신용도 제고에 힘썼던 사례를 감안해보면 최근 사우디와 중국의 부채위기 가능성이 높아진 탓에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대손충당금을 더 쌓기 위해 이들이 미국채를 대량매도했다는 설명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동안 Fed(연방준비제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어놓은 밀물과도 같은 유동성은 이제 점차 물이 빠질 때가 다가온 다는 것이고 채권시장도 덩치는 크지만 날렵한 맹수처럼 위험감지에 따른 본능적인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모양새다.

김희욱 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