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에 전세계는 찬밥

김희욱 기자
입력일 2016-11-17 10:42 수정일 2016-11-17 13:01 발행일 2016-11-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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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트럼프, AFP통신

현지시간 16일 골드만삭스의 얀 해지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글로벌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은 ‘아랫 돌 빼서 윗 돌 괴기’ 격이라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월가대형은행들은 노골적으로 클린턴의 승리에 베팅했다가 트럼프가 깜짝 당선되자 한날 한시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하지만 이들은 얼마 안가 그런 ‘어색함’을 덮으려는 듯 더 큰 소리로 장밋빛 경제전망이 장식된 ‘트럼프 오마주’를 읊어대기 시작한 것과는 조금 다른 분석이다.

먼저 그가 이끄는 리서치팀은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의 미국내외 영향력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했다. 하지만 역시 방법론으로 접근한 '트럼프노믹스'는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보복관세도입·불법이민근절·재정정책확대·법인세 인하 등의 정책은 사실상 근시안적인 부양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인 경기부양대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다시 말 해 단기적으로 미국 GDP에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정책효과가 글로벌 경제성장에는 결국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스필오버 이펙트(spillover effect, 확산효과)'는 특히 이머징 마켓에 더 큰 파급력을 미칠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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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리서치, (좌) 파란색: 미국·하늘색:유로존·회색:일본·빨간색:중국<br> (우) 파란색:글로벌·하늘색:선진국·회색:이머징

골드만삭스의 ‘트럼프 정책’을 대입한 내년도 실질 GDP 전망을 보면 트럼프 정권 1년차는 미국이 아닌 일본과 유로존에 혜택을 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달러강세에 따른 엔화·유로화 약세가 수출기업 실적에 부양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이론적 분석과 일치한다. 좌측 그래프가 보여주는 가장 큰 피해국가는 역시 중국이다. 트럼프 취임 첫 해인 2017년~ 2018년 2년 동안 ‘트럼프’라는 재료를 적용한 중국 실질 GDP는 '-0.2%'의 지장을 받을 것으로 표시되고 있다.

우측 그래프에서는 선진국의 경우 2년간 혜택을 받다가 트럼프 임기 3년차부터는 다시 '마이너스' 효과를 받을 것으로, 글로벌과 이머징의 실질 GDP는 트럼프가 취임하는 즉시 내년부터 -0.05%· -0.10% 각각 손해를 볼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전망했다.  

얀 해지우스의 이같은 분석은 몇 가지 보편타당한 전제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첫 째, 이머징에서 달러차입금이 많은 국가들은 달러강세(자국 통화가치 하락)에 따라 상환해야 할 이자나 부채가 저절로 증가하는 부작용에 노출 될 수 밖에 없다. 둘 째,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차이나)’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도입한 골드만삭스에서 판단할 때 한동안 썰물과도 같던 해외자금 유출이 최근 겨우 진정된 중국을 비롯, 이들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것이다. 셋 째, 지난 금융위기 이 후 각국 정책공조는 결국 Fed(연방준비제도)라는 큰 생산자가 공급하는 달러를 각국 중앙은행이라는 도매업자들이 금융기관이라는 유통망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 배달해 온 식이었는데 갑자기 주인이 바뀌었다고 모든 거래선을 끊어버릴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 또한 이처럼 전 세계 금융시장이 Fed 통화정책에 얼마나 민감한지 뻔히 알면서도 이를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겠다는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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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 AP통신

반면 골드만삭스의 얀 해지우스는 이 같은 정책적 리스크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준 것은 바로 '미 의회'라는 점을 들었다. 이를 테면 트럼프 캠프에서 제안한 중국이나 멕시코 생산품에 대한 관세율은 의회의 합의를 거치면서 깎이고 다듬어져 겨우 4%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12월 Fed 금리인상은 미국의 성장에 대한 성급한 자신감이 글로벌 경제에 과연 어떤 ‘채찍효과(단계를 거칠수록 점점 커짐)’로 작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욱 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