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한국증시 손톱밑 가시

김희욱 기자
입력일 2016-11-16 08:55 수정일 2016-11-16 15:18 발행일 2016-11-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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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트럼프 '어부지리'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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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BOJ 총재, (AFP=연합)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표정관리가 안 되는 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엔저 화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BOJ) 총재다. 트럼프 당선 직 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수직낙하했는데 이 같은 반응은 이미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공식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TPP를 내 준 대신 일본은 ‘엔저’라는 보상을 받았다. 엔·달러 환율은 트럼프 당선 1주일 만에 5개월래 최고치를 넘어 달러당 110엔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가 별의 별 수단을 다 써서도 방어하지 못했던 110엔대를 트럼프 당선의 어부지리로 되찾게 된 셈이다.

일본을 ‘잃어버린 10년+’로 몰아넣은 플라자 합의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 미국 특히 공화당은 이에 대해 특별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집권 4년차에 들어선 아베 정부의 가장 뚜렷한 증시 테마는 바로 ‘엔저=상승’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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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 코스피 · 주황 : 엔달러환율(최근 1년), 블룸버그 마켓

반면 우리증시와의 연관은 어땠을까? 금융시장 트레이더들이 쓰는 용어로 바벨전략 · 덤벨전략 혹은 롱숏전략 이라는 것이 있다.비슷한 성격의 두 자산에 대해 비중을 늘리고 줄이는 식으로 자산배분을 조절하는 방식인데 그동안 엔저로 일본 수출주 대표격인 IT ·자동차·철강 업종이 상승할 때면 외국인들은 한국주식 해당 업종의 주식을 팔아 일본주식을 샀다. 이를테면 현대차를 팔고 도요타 자동차를 매수하거나 포스코를 매도하는 동시에 신일본제철을 사는 식이었다.

엔·달러환율과 대형수출주 비중이 큰 코스피 지수를 동일 차트에 놓고 보면 거의 정확한 역동조화(정반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정황상 최근 엔·달러환율의 상승은 다분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0엔대는 더욱 본격적인 ‘엔저 도발’의 시발점으로 인식되는 만큼 향후 추이를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리차드 브레슬로 전직 외환트레이더는 “엔·달러 대세상승은 이제 막 시동이 걸린 것에 불과하다"라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환율이란 두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표시하는 만큼 시소처럼 한 쪽이 다른 쪽의 높낮이를 조정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외환시장에서 가장보편 타당한 전략으로 손꼽히는 것은 바로 ‘달러 롱(달러매수 포지션)’이다. 물론 원·달러 상승이 국내수출주 해외매출실적에도 부양효과를 주기는 하지만 문제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다. 특히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한국주식은 물론 전반적인 원화표시 자산의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외국인들 앞에 나설 우리에게는 벌써부터 ‘울렁증’이 올라오는 듯 하다.

김희욱 기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