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차기행장 놓고 분열조짐…‘낙하산 VS 내부인물’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10-04 15:02 수정일 2016-10-04 16:30 발행일 2016-10-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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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은 노조 “현기환 전 수석은 보은인사…낙하산 저지할 것”
낙하산부대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IBK기업은행에서 차기 행장 자리를 놓고 은행내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내부 출신 행장을 기대하고 있으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관료출신 외부인사가 거론되고 있어 행장 인사를 두고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선주 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12월 27일 만료되는 가운데 차기 행장으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설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주택은행 출신인 현 전 수석이 KB국민은행장으로 가는 예상이 빗겨가면서 정권 말 보은 차원에서 친박계 핵심 인사인 현 전 수석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으로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은 내부에서는 내부 출신 행장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기은 노조 역시 현 전 수석 내정설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기은 노조는 지난 3일 “현 전 수석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은행장 자리에 틈만 나면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낼 노림수를 거둬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현 전 수석을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 호위무사’라고 규정하고 “1년 동안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일하며 박 대통령의 지시로만 움직이는 심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기은과 그 자회사들은 소속 임원중 절반 이상이 공직자, 정치권, 금융권 출신으로 이른바 낙하산 집합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은 4일 기업은행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기업은행 및 자회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45명 가운데 23명이 공직자·정치권·금융권 출신 인사라고 밝혔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내부 출신 후보로 유석하 IBK캐피털 사장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석하 대표는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비서실장·뉴욕지점장·경영전략본부장·글로벌 자금시장담당 부행장 등을 거쳤다. 2013년 12월 IBK캐피털 사장에 선임된 이후, 1년 연임을 거쳐 올해 연말 임기가 끝난다.

현재 자회사에 몸담고 있지만 입행해 부행장까지 역임한 정통 ‘기업은행맨’으로 내부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권선주 행장의 연임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공공기관으로서 권 행장이 성과연봉제 추진과 금융노조 총파업의 직원 참여 저지에 총대를 메면서 권 행장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추락했다”며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