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의무 없어”…논란은 여전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9-30 11:02 수정일 2016-09-30 11:02 발행일 2016-09-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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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자살보험금 미지급시 보험업법 따라 제재 내릴 것\"
대법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 보험사들이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결국,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보험사들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30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재해사망보험 가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2년 동안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교보생명이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음을 확인해 달라”며 A씨 보험계약의 수익자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04년 5월 재해사망특약이 포함된 교보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하면서 B씨를 수익자로 설정했다. 가입자가 보험을 계약한 시점으로부터 2년이 지났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경우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준다는 조건이었다.

A씨는 2006년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교보생명은 B씨에게 재해사망 보험금 1000만원은 제외한 채 사망 보험금 5000만원만 지급했다. B씨는 이로부터 8년이 지난 뒤 특약에 따라 재해사망 보험금도 달라고 청구했고 교보생명은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보험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며 교보생명이 재해사망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2년으로 정한 당시 상법 662조를 적용했다.

A씨는 “교보생명이 재해사망 보험금을 부당하게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보험금 청구권은 이미 소멸했다는 교보생명 주장을 권리남용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교보생명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보험회사들이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약속한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생명보험사에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지 않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위반에 근거해 가능한 빨리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소멸시효를 인정했기 때문에 금감원이 보험회사에 자살보험금 지급 명령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보험업법에 따른 징계는 가능하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