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한은 9월 금리 동결…가계부채 증가·美 금리인상 부담 영향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9-09 10:06 수정일 2016-09-09 10:14 발행일 2016-09-0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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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갖고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9일 열린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국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6월 1.50%에서 0.25%포인트를 깜짝 인하한 이후 세달째 동결기조를 이어갔다.

이번 결정은 시장 예상과 부합했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7일 발표한 ‘2016년 9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채권시장 종사자 101명 중 96.0%가 이번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부채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커 한은의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 장기화로 촉발된 가계부채는 정부의 여신심사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출규제 대책에도 약발이 먹히지 않은 채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어 한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8월 중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000억원으로 7월보다 8조7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지난해 10월 증가액(9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2조7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6조2000억원 늘었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금리와 주택거래가 늘어나면서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 채 향후 경기 흐름을 신중히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최근의 가계대출의 큰폭 증가와 관련해 “6월 이후에는 은행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대출금리 하락과 함께 늘어났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번 달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를 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한은이 먼저 금리를 조정하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시중금리가 상승해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가계부채 부실화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수도 있다.

또 22일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한은이 금리를 내렸다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확대될 수 있어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은이 지난 6월에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데다 정부가 하반기 경기 부진에 대응하고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만큼 한은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면서 경기 흐름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