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우리銀 매각 5번째 카드…흥행 성공

이나리 기자
입력일 2016-09-05 17:17 수정일 2016-09-05 18:42 발행일 2016-09-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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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투자처 잃은 보험사…투자 대안으로 우리銀 ‘급부상’
한화·교보생명·中안방보험 등 보험사간 인수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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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본점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내놓은 5번째 카드가 드디어 흥행에 성공하는 분위기다.

4번의 경영권 매각방식 실패 뒤 내놓은 지분쪼개기(과점주주) 매각방식이 보험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면서 매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보험사들이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우리은행 지분 인수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입찰 참여를 위해 2일로 예정됐던 이사회를 22일로 늦추고 관련 안건을 통과시키는 수순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역시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떨어지는 기준금리 인하 탓에 마땅한 투자처 찾기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굴려야 할 돈은 많은데 저금리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주식이 저평가되고, 배당도 안정적인 우리은행이 재무적 투자의 대안처로 떠오른 것”이라며 “보험사가 은행 사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지난해 결산 배당 시가배당률은 2.7%로 1%대인 예금금리를 크게 웃돌고 있다. 또 우리은행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은 5.8배로 경쟁사인 신한지주(8배), KB금융(7.9배) 등에 비해 저평가된 상황이라 민영화 이후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모두 비은행계 보험사라는 점에서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등 업무 시너지를 염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인도네이사와 베트남에서 사업확장을 추진하면서 보험사들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보험상품 판매도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

보험사뿐만 아니라 오릭스PE, 베어링PEA 등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 등과 함께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한국투자금융지주 등도 지분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어 우리은행의 매각을 놓고 투자자들의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번번이 매각에 실패한 우리은행이 쪼개팔기로 10여곳에 달하는 진성투자자를 확보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과점주주 매각방식 선택이 신의 한 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지분인수 흥행을 통해 우리은행이 진성 투자자를 확보하고 해외사업에서 다양한 상품군을 갖게 되는 등 시너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우리은행의 지분(48.09%) 중 30%를 4~8%씩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팔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의 주체인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23일 인수의향서(LOI) 접수 후 11월 입찰을 진행한다.

이나리 기자 nallee-babo@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