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멘 남 소피아대 교수. 한국에서 탈북 여동생 첫만남

김현섭 기자
입력일 2016-08-29 15:25 수정일 2016-08-29 15:25 발행일 2016-08-2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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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멘 남 소피아대 교수. 한국에서 탈북 여동생 첫만남
29일 오후 불가리아 소피아대 카멘 남 교수가 남경필 경기지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2007년 탈북한 여동생 남율주(가명)씨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남경필 지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카멘 남(Kamen Nam.59) 교수가 29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98년에 탈북 해 살고 있는 여동생 남율주(49, 가명)씨와 첫만남을 갖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카멘 남 교수(지리학, 국가안보학)의 아버지는 고 남승범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수, 어머니는 예카테리나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이다.

남 교수는 2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이복 여동생 남율주와 상봉했다. 남율주 씨는 고 남승범 씨가 재혼해 낳은 1남 2녀 중 둘째로 2007년 남한에 정착했다.

카멘 남 교수는 “남 지사님의 지난 5월 불가리아 방문때 우리 가족사를 들은 남경필 지사님의 한국방문 제안 이후 꿈만 같은 여동생과의 만남이 이뤄졌다”며 “동생을 만나 너무 떨리고 행복하다. 이 자리를 빌어 이 만남을 만들어주신 남 지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카멘 남 교수의 선친 남승범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수와 어머니 예카테리나 불가리아 소피아국립대 교수의 결혼 생활은 분단의 비극, 즉 북한 정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불가리아에서 가정을 이룬 남승범 교수는 아들 카멘 남이 2살이 되던 1959년 북한의 귀국 명령으로 평양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후 부인 예카테리나는 남편을 찾아 북한으로 가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등 부단히 노력한 끝에 북한 주재 불가리아 대사관 비서직에 선발돼 북한을 방문한다.

하지만 극적인 재회도 잠시뿐 둘의 북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남승범 교수는 부인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았으며 대학교수 자리까지 빼앗기는 등 고초를 겪는다. 결국 남편의 고통을 볼 수 없었던 예카테리나 씨는 2년 만에 홀로 불가리아로 돌아갔다.

이후 불가리아로 돌아온 예카테리나 씨는 소피아대학 지리학과 교수가 됐고 북한 체류기간 동안 수집한 북한 지리에 관한 자료를 정리해 ‘코리아’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또한 카멘 남 교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헤어지기 직전 두 살 때 아버지와 찍은 사진만 소중히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카멘 남 교수는 평화를 묻는 질문에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는 있을 수 없으며, 전쟁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여자와 어린아이들”이라면 “전쟁은 변화가 아니라 일상의 행복을 깨뜨리는 것으로 참 인간성의 회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여동생 남율주씨는 북한에서의 힘겨운 생활과 탈북 이후 중국의 도피 생활, 그리고 한국생활 정착 이후의 평화로운 적응 등을 담담히 이야기 했다.

카멘 남 교수는 브리핑 이후 화성시 비봉면 남전리에 있는 남이장군 의 묘를 참배할 예정이다. 카멘 남 교수는 남이 장군의 19대 후손이다.

카멘 남 교수는 한국에 대한 책을 저술 중이며, 30일 오전 9시 ‘제315회 21세기 희망의 경기포럼’ 강사로 나서 ‘지리학자로서 본 불가리아 발칸 비경과 한국으로의 여정’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그는 3일 불가리아로 돌아가기 전 DMZ, 임진각, 도라산 전망대, 판교테크노밸리, 화성행궁, 경복궁 등을 방문할 계획이다. 수원=김현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