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유차 퇴출 작업에 '쌍용차' 속앓이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6-07-20 16:02 수정일 2016-07-20 18:11 발행일 2016-07-21 9면
인쇄아이콘
티볼리
쌍용차의 티볼리 (사진제공=쌍용차)

정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힌 경유차 퇴출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쌍용차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력 제품군이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디젤엔진을 얹은 SUV(스포츠유틸리타차량) 모델인 탓에 단시간내에 대응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솔린 엔진 기술이나 친환경차 기술 개발 속도가 경쟁사보다 더딘 것도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쌍용자동차가 판매한 전체 차량 중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77%에 달한다.

이는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경유차 판매 비율이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지엠이 약 9%로 가장 적었고, 르노삼성차가 약 16%, 비교적 경유차 판매 비율이 높은 현대차와 기아차도 쌍용차보다 훨씬 낮은 약 41%, 50%를 각각 나타내고 있다.

정부는 한 차례 불발되긴 했으나 경유값 인상 논의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당장 내년부터는 배기가스 측정 방법이 RDE(실주행측정방식) 측정치로 바뀌면서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디젤차 판매 비율이 높은 쌍용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2016072101020012453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의 한 폐차장에 폐차를 앞둔 경유차량이 쌓여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에 1천8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차를 구매하는 국민에게 개별소비세를 70% 감면해 줄 방침이다.(연합)

쌍용차는 조만간 개발이 완료되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빠른 시일내에 주력 제품군에 적용할 방침이지만 제품 포트폴리오가 경유차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 쌍용차가 판매하는 7개 모델 중 가솔린 엔진이 적용된 모델은 티볼리, 티볼리 에어, 초대형 세단 체어맨W 등 3개 모델이 전부다. 체어맨W의 경우 쌍용차 전체 판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월 평균 100여대 안팎으로 팔리고 있어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친환경차 모델이 없는 것도 정부의 경유차 퇴출 작업과 맞물리면서 쌍용차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트리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주력 제품인 쏘나타, 그랜저, K5 등에 이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상황이라 친환경차 시장 확대 속도에 맞춰 유연한 판매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제품군이 쌍용차보다 적은 르노삼성차도 SM3 전기차 모델을 보유하고 있지만 쌍용차는 아직까지 친환경차 개발 방향을 세우지 못하고 내부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등으로 경유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경유차 중심의 쌍용차가 가솔린과 친환경차 등의 제품군을 빠른 시간내에 확보하지 못하면 티볼리로 이룬 판매 성과는 크게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향후 순수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회사가 전략을 수립하는 중”이라며 “조만간 그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쌍용차는 올 상반기 티볼리 인기에 힘입어 전년대비 6.8% 증가한 7만4577대를 전세계 시장에 팔았다. 특히 내수판매는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