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조작이 뭐길래?”… 닛산이어 폭스바겐도 법원행?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6-06-30 15:59 수정일 2016-06-30 16:00 발행일 2016-07-01 9면
인쇄아이콘
2016062901001931900086241
배기가스 임의조작 여부를 둘러싸고 일본 닛산에 이어 폭스바겐도 법원행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사진=폭스바겐 코리아)

배기가스 임의조작 여부를 둘러싸고 일본 닛산에 이어 폭스바겐도 법원행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미국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보상금으로 약 18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국내 소비자들은 철저히 외면하면서 불법 소프트웨어로 배기가스 배출량을 임의 조작했다는 환경부 발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다.

30일 자동차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의 한국 법인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임의조작 여부를 가리기 위해 환경부와 재판까지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이미 독일 폭스바겐 본사가 불법 조작을 시인했음에도 리콜 계획서에 ‘리콜 대상 차량을 임의 조작(Defeat Device)’했다고 명시하라는 환경부 명령을 휴지조각처럼 여기고 있다.

폭스바겐이 재판까지 벌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법원행을 선택할 경우 피해가 훨씬 적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차갑게 돌아선 여론으로 당장 판매량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임의조작을 인정하는 순간, 즉 불법을 시인하는 순간 국내 소비자들의 보상액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폭스바겐의 속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징벌적 배상 규정이 없어 임의조작 여부를 두고 재판까지 열릴 경우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 부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길고 지루한 시간 싸움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환경부가 임의조작 여부를 리콜 계획서에 명시하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연비 관련 소송만 보더라도 소비자들이 관련 내용을 입증하지 못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

실제 폭스바겐은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법적으로 임의설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미국에서만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폭스바겐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제와서 황당하게 ‘조작이 아니다’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환경부는 리콜절차가 아니라 자동차 교체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하 변호사는 폭스바겐이 문제의 엔진이 적용된 EA189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관련법이 시행되기 전에 국내로 수입해 문제가 없다는 것에 대해 상위법인 대기환경보전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디젤 게이트 직후 폭스바겐은 국내 판매 급감을 우려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문제의 차량을 팔아 치웠다”며 “당장의 기업 이익보다 장기적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