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경쟁력 낮고 모델 노후화로 소비자 외면
국내 경차 시장에 ‘박스카 붐’을 조성하려던 기아차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쪼그라들었던 국내 경차 시장이 올해 활기를 띠고 있지만 기아차가 야심차게 박스카로 출시한 경차 ‘레이’는 오히려 경쟁 모델에 밀려 존재감이 작아지고 있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레이는 올 1~5월까지 총 8059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680대)보다 24% 감소한 것으로 한국지엠 신형 스파크가 62.9% 증가한 것과는 비교된다. 같은 기간 기아차 모닝도 스파크 인기에 밀려 판매가 18% 감소하긴 했으나 그동안 경차 시장 1위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레이와는 위상이 다르다.
차명 | 가격(만원) | 올 1~5월 누적 판매량 |
한국지엠 스파크 | 1015~1500 | 3만5128대 |
기아 모닝 | 915~1480 | 2만8958대 |
기아 레이 | 1163~1594 | 8059대 |
2015년 2만5985대 |
2014년 3만113대 |
2013년 2만7421대 |
2012년 4만3891대 |
기아차 레이 연도별 판매량 (기아차 제공)
실제 2011년말 출시된 레이는 이듬해부터 기아차가 연간 6만여대를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한 번도 목표 판매를 달성하지 못했다.
2012년 4만3891대 판매에 그쳤고 2013년에는 이보다 적은 2만7421대까지 판매가 떨어졌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3만113대, 2만5985대로 목표 판매량에 한 참 못 미쳤다.
출시 초기만 하더라도 공간활용성이 뛰어난 박스카라는 장점과 귀여운 외모로 크게 주목받았지만 경쟁사 보다 200만원 가량 비싼 차량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경차 고객들이 비싼 가격 때문에 외면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신형 스파크가 출시되고 모닝도 연신 변경을 통해 가격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모델 노후화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레이는 신차 출시 계획도 당분간 없는 상황이라 판매 감소 현상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스파크와 모닝은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레이는 별다른 판촉 행사가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차 시장은 스파크와 모닝으로 압축될 것”이라며 “레이의 경우 출시 초반만 하더라도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경차의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력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레이는 기아차가 4년여의 연구개발 동안 약 1500억원을 투입해 개발했다. ‘희망의 빛, 서광, 한줄기 광명’이 레이의 뜻이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