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보고 택시 안탄다… 거제·울산, 조선업 불황에 '꽁꽁' 얼어붙었다

김태형 기자
입력일 2016-06-02 16:34 수정일 2016-06-02 16:35 발행일 2016-06-0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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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이들 조선소가 위치한 경남 거제 지역의 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시민들의 소비심리도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시가 지난달 1일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지역경제활성화종합대책본부’를 꾸려 소비 관련 각종 경제지표를 모니터링한 결과 영화 관람객과 신차 구입 급감, 아파트가격 급락 등 예상보다 경제지표가 빠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지난 4월 한 달 거제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은 모두 3만7744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무려 26.6% 급감했다.또 이 시기의 신차 등록 건수는 497대로 전년 동기대비 14.0% 급감했다.

부동산시장 위축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시내 중심가 아파트(34평형 기준)의 경우 최고가 대비 15~20% 하락했다.B아파트는 종전 최고 거래가 4억2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 선으로 급락했으며 C아파트는 3억9000만원에서 3억20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원룸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는 매물이 나오면 즉시 세입자를 구할 수 있었으나 최근들어서는 1~2개월 이상 공실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10시 이후 택시 이용객도 크게 줄었다. 주로 조선소 관련 종사자들이 회식 횟수를 줄이거나 회식 시간을 앞당겨 귀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경남택시운송조합 거제시지부 최종기(52) 지부장은 “밤 10시 이후 심야택시 이용승객이 20% 정도는 준 것 같다”며 “조선경기 불황 탓”이라고 말했다. 30년째 거제시에서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60대 택시운전사는 “밤 손님이 많이 줄어 다들 걱정”이라고 말했다.

음식점들도 오후 10시 이후엔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차 회식이 1차로 줄었고 비싼 음식점 대신 저가의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이 증가하는 등 경기 위축으로 회식 문화가 바뀐 탓이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매출액은 올해 들어 25%, 대형매장은 15~20% 각각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언론 보도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탓이 크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는 이달 이후에는 지역경제 침체 수준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구의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울산의 올해 1분기 땅값은 직전 분기보다 0.63% 상승, 전국 평균 상승률인 0.56%를 웃돌았다.

그러나 동구는 지가변동률이 0.15%에 그쳐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동구 미포동, 동부동, 서부동은 -0.29%로 땅값이 내렸고, 방어동(0.13%)과 일산동(0.18%)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동구의 최근 4년의 1분기 지가변동률을 보면 2013년 0.45%, 2014년 0.43%, 2015년 0.37%, 올해 0.15%로 뚜렷한 하향세다.

국토부는 조선산업 경기 침체가 지역 땅값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거제=김태형 기자 ksj3464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