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파업 손실, 사측이 입증 못해 배상 못받게 됐다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6-05-27 08:20 수정일 2016-05-27 08:31 발행일 2016-05-2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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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중앙지법 "사측의 손해규모 입증 노력 부족하면 손해배상 묻기 어렵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회사 측이 손해규모를 입증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조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사측이 객관적으로 정확히 선정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어려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4월 민주노총 총파업 때 노동조합을 상대로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와 지부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27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 자체는 인정되지만, 화사 측이 손해 규모를 스스로 입증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에 법원이 굳이 손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기아차 지부는 지난해 4월 24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해 경기도 화성공장과 광명 소하리공장, 광주공장 등 3곳에서 총 9시간이 넘는 파업을 실시했다. 이에 사측은 조합원 투표나 사전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만큼, 불법 파업이며 이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측은 당시 생산라인 중단에 따른 고정비 손해액을 74억6000여만원으로 산정한 뒤 이 가운데 2억1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노조의 불법 파업 자체는 인정되므로 사측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사측의 손해액 산정 방식이 객관성이 없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사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법원에 따르면 기아차는 ‘협력업체가 제때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생산을 중단할 때’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책정했는데 법원은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멈춘 것과 부품 납품이 안 돼 가동이 멈춘 것을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사측이 74억6000여만원의 손해액을 선정하고도 2억여원만 청구하면서 사측이 ‘전체 손해액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최소한 청구액보단 많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손해액 증명을 ‘충분히 못 한’ 것이라기보다 스스로 ‘다 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사측의 손해 입증이 없는 만큼 이를 전제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이유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