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동차도 정찰제시대가 온다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6-05-25 15:39 수정일 2016-05-25 15:47 발행일 2016-05-26 2면
인쇄아이콘
현대-기아 판매노조, 정가판매 협약서 전격 체결
현대기아차, 미국에서 '연비과장' 1억불 벌금<YONHAP NO-0092>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노조가 정가 판매제를 위한 협약을 전격 체결하면서 국내 차업계에 정찰제 바람이 불지 주목되고 있다. (연합)

국내 시장 점유율 70%에 육박하는 현대·기아차 판매노조가 ‘자동차 정가 판매제’를 약속하면서 차업계에도 가격 정찰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노조는 지난 18일 ‘정가 판매 정책을 연대하자’는 내용의 협약서를 전격 체결하고 국내 자동차업계 전체로 정찰제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기로 약속했다.

협약 체결은 이날 배상윤 현대차 판매노조 위원장이 기아차 판매노조를 방문하며서 빠르게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배 위원장은 “정가 판매는 판매 현장 공동 현안으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박문안 기아차 지회장이 “공감한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연대의 선언적 의미로 정책 협약서를 상호 체결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가격 정찰제는 ‘일단 팔고 보자’는 판매 직원들의 무리한 출혈경쟁을 막아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다.

현대·기아 판매노조는 이번 협약에 따라 현장 실태 조사를 진행하는 등 정찰제 정착을 위해 다양한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차 사측 역시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적극 지원협조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찰제는 소비자 권익 보호는 물론 판매 직원들의 수익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라며 “정찰제 정착을 위해 감시활동을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경우 2011년 도입됐지만 그동안 잘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에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사측 중심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제 차를 판매하는 현장 직원들 스스로가 정찰제의 필요성을 깨닫고 진행한다는 점에서 정가판매 노력의 실효성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국지엠과 쌍용차, 르노삼성 등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정찰제 도입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이번 협약은 자동차 시장에 기념비 적인 사건이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한국지엠 판매노조는 최근 신형 말리부의 정가 판매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동호회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공동구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찰제는 시장 혼란을 막아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며 “과거 사측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현장 직원들이 정찰제 운동을 주도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