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사태'에서 빛 발하는 정몽구회장의 '품질경영'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6-05-23 17:51 수정일 2016-05-23 19:57 발행일 2016-05-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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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연비논란에 팀 꾸려 선제적 대응…배출가스 감축, 선진 경쟁사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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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이 지난해 열린 ‘제네시스 EQ900’ 신차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연합)

‘품질경영’으로 대표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위기 관리 능력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일본 닛산까지 글로벌 ‘빅5’ 자동차 회사 중 2곳이 배기가스 조작 파문에 휩싸이면서 ‘디젤차 불신’이 확산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끊임없는 기술혁신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폭스바겐 디젤 파문 이후 각국 정부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배기가스 측정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EU의 환경기준인 유로5와 유로6 엔진의 성능 비교가 직접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적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제공해주는 차량 제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유로5은 1km를 주행할 경우 180mg, 한 단계 강화된 유로6는 80mg의 질소산화물을 초과 배출하면 안된다.

영국 정부가 자국에서 판매되는 디젤차 37대를 조사한 결과가 가장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기아차 핵심 모델들이 대거 포함된 이번 조사는 실내에서 진행되는 방식이 아닌, 실주행측정방식(RDE)으로 진행됐다. 결과를 보면 소형 해치백 i30의 경우 유로5 모델은 1km 주행시 질소산화물 980mg 배출했지만, 유로6는 3분의 1 수준인 375mg로 크게 줄었다. 기아 스포티지 역시 1000mg에서 575mg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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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와 비교하면 현대·기아차의 배기가스 감축 노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포드 몬데오는 580mg에서 오히려 650mg로 늘었고, 지엠 계열의 오펠 인시그니아는 1900mg에서 750mg 줄이는데 그쳤다. 그나마 혼다 CRV가 800mg에서 450mg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현대차가 포드, 혼다에 비해 자동차 시장 진출이 50년 이상 늦었던 것을 감안하면 기술 발전이 초고속으로 이뤄진 셈이다. 여기에는 ‘품질경영’으로 대표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미국에서 엑센트, 쏘울, 스포티지, 싼타페가 연비 논란이 일자 정 회장의 지시로 남양연구소에 별도의 팀을 꾸리고 지속적인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연비가 배출가스 배출량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업계는 현대차의 연비 개선 노력이 결국 배출가스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1994년 품질 문제로 캐나다 부르몽 공장을 철수한 이후 품질을 경영 전면에 내걸면서 ‘글로벌 빅5’ 업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국 정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모든 디젤차가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에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확실한 건 현대차의 기술 발전이 경쟁사보다 앞 섰다는 것”이라며 “최고경영자인 정몽구 회장의 선제적인 판단 덕택”이라고 말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