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비 펜션… 화재에도 안전대책 없었다

이병갑 기자
입력일 2016-03-24 14:05 수정일 2016-03-24 16:52 발행일 2016-03-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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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생활형숙박업소
시설의 고급화로 승부하는 강화의 한 생활형숙박업소. 소방시설의 완비 및 소방점검 대상으로 화재 등 안전대책이 비교적 농어촌 민박보다는 확실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해 3월 강화군의 한 펜션 캠핑장에서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단일 화재사고로는 인명피해가 커 책임소재 및 대책 마련 등이 거론되었지만 무등록 민박 업소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소방당국 등 어느 쪽도 책임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불의의 사고로 졸지에 혈육을 잃은 두 가족만 불쌍할 뿐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인재라는 지적이 있었고, 사고 후 안전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었지만 현행법상 문제로 결국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에 개정된 농어촌 민박 규정을 살펴보면 신고시 위생교육과 전기안전점검을 받으면 그것으로 신고 필증이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화재발생을 대비한 시설기준도 소화기 2대와 민박용 방에 배터리로 작동되는 단독형화재감지기 1대만 설치하면 된다. 그 외의 소방상 규제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한 자격 제한도 없어 농어촌에 거주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농어촌 민박을 운영할 수 있다. 강화에서 은퇴사업으로 펜션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은 전입 신고 후 농어촌민박 운영 신고만 하면 운영권이 주어지는 구조이다.

또한 지난 2008년에 개정된 농어촌 민박 관련 법규는 농어촌 민박 시설 기준에 230㎡ 미만 규모의 단독주택 또는 다가구 주택이라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농어촌 지역의 주택들이 대개 230㎡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오히려 농어촌 민박의 사업규모만 확정해준 꼴로 진입규제 강화의 의미는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규제 강화로 비교적 규모가 큰 생활형숙박업소의 설립만 가속화한 셈이다. 강화에는 현재 11개소의 생활형숙박업소가 있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소방당국은 농어촌 민박에 대해서는 일체의 감독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화재 등의 안전 대책은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민박 업주가 자의적으로 마련하게 되며,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진 당국도 강화군 농정과에 국한되어 관광객의 안전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강화군은 지난해 화재사고 이후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표본으로 150여개 업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으며, 여기서 소화기능이 떨어진 소화기의 재충전을 권고하거나, 배터리를 빼놓은 단독형감지기의 시정을 권고하는 수준에서 실태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소방서의 한 직원은 “펜션들의 화재 예방을 위한 시설을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없다”며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소방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좀 더 엄격한 화재예방 및 경보 시스템이 절실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허경태 기자 hkt0029@viva100.com